제2공항 완공까지 최소 7년…제주공항 차원 단기대책 마련해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현재 제주공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인프라 부족과, 습윤한 눈과 강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법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제주 제2공항 건설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제2공항은 해당 지역 일부 주민의 반발 등 논란이 여전한 데다 시간표대로 2025년 완공된다 하더라도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제주공항 차원에서 현 문제점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단기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활주로 수용 능력 확대 추진…자연재해 대처 능력 제고도 과제
제주공항 측은 활주로 수용 능력을 시간당 40회, 현재보다 4회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활주로를 추가로 건설할 수는 없지만, '숨어있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항공기를 더욱 더 신속하게 이·착륙시켜 지연 운항과 결항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고속탈출유도로 증설, 이륙 대기구역 신설, 주기장 확장 등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기장 부족에 따른 지연을 최소화하려고 공항 내 녹지를 주기장 용지로 쓰기로 했다.
불과 4㎝ 적설에도 활주로를 폐쇄해야 하는 유사 사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설 작업에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관련 장비를 빠르게 확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강한 바람과 습도 높은 눈 때문에 제설장비도 한계가 있다'는 식의 소극적 접근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관계자는 "제주공항은 적은 운항 항공편으로 2번째 많은 여객운송 실적을 기록했다"며 "앞으로 안정적 공항운영과 수용 능력 확대를 위해 조속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2공항이 대안인가…남북 방향 활주로에 연 2천500만명 처리
정부는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한 제주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11월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00만㎡ 부지에 오는 2025년까지 4조1천억원을 들여 제2공항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활주로 배치계획을 보면 3천200m 길이 활주로 한 개가 건설된다.
활주로는 동서 방향인 현 제주공항 활주로의 구조적 취약점인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착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남북 방향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현 제주공항을 활용하면서 추가로 운영하는 개념인 데다, 환경 훼손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주로는 한 개만 건설하기로 했다.
수송 인원은 연간 2천500만명 규모다. 지난해 제주공항 수송 인원인 2천510만1천147명과 비슷한 규모로, 두 공항이 분산해 관광객을 태워 나르면 관광객 수송이 훨씬 원활해진다는 계산이다.
현재 제2공항은 사전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본계획 수립 절차를 밟는 단계에 있다.
성산읍 일부 주민이 사전타당성 조사에 오류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만큼, 검증을 위해 올해 2∼3월 재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5∼6월께 사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오면 올해 말까지 제주 2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에 들어가 2025년에는 준공 테이프를 끊는다는 계획이다.
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소장은 "제2공항이 건설되면 제주에 공항 활주로가 두 개가 되는 것"이라며 "한쪽이 일시 폐쇄조치가 내려지는 동안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운영을 유지하면 지난 11일 활주로 폐쇄로 불거진 대혼잡과 같은 사태를 향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반대여론이 관건…접점 찾기 따라 제2공항 '구원등판 시기' 결정될 듯
변수는 있다. 무엇보다 건설 예정지인 성산읍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는 건설계획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진행한 사전타당성 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2공항 예정지에서 600m 떨어진 성산읍 수산1리에서 동굴이 발견됐지만,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이런 사실이 누락됐고, 정석비행장 안개 발생 일수에 대한 자료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제주공항에 4㎝ 눈이 내린 지난 11일 성산읍에는 20㎝ 안팎의 눈이 내렸다는 점에서 제2공항 완공 이후 기존공항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릴 경우,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지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했다.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의 양수남 정책국장은 "우리측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제2공항 건설보다는 현 제주공항을 확충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도민들도 반대하는 제2공항 건설에 제주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제주도 당국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어떤 식으로 접점을 찾느냐에 따라 제2 공항이라는 '구원투수'의 등판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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