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대비해 큰딸 거처 마련하느라 아들 시신 방치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엄마가 큰딸 걱정에 피해자의 시신을 베란다에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한 A(39·여)씨의 구속영장을 16일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이달 4일 오후 4시께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 된 아들 B(1)군이 침대에서 떨어진 뒤 울음을 그치지 않자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이불로 감싼 여행용 가방에 담아 10일 넘게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자수하면 구속될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며 "초등학생인 큰딸(12)의 거처를 마련하느라 아들 시신을 베란다에 당분간 뒀다"고 했다.
A씨는 이혼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큰딸을 낳아 기르다가 헤어졌고, 이후 다른 남성과 잠시 동거했다.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B군을 임신했지만, 그 사실은 이미 헤어진 뒤에 알았고 사실상 미혼모로 아들을 출산해 혼자 키웠다.
그는 별다른 직업 없이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와 미혼모 양육비 등 매달 100여만원으로 생활했다.
경찰조사에서는 "아들한테는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며 "몇 달 전에도 귀찮거나 울음을 안 그쳐서 때린 적이 있다"고도 했다.
사망 당시 B군의 얼굴에는 멍 자국과 핏자국이 뒤섞인 흔적과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나타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아들과 달리 첫째 딸과는 각별해 보였다"며 "경찰에 체포될 당시에도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말했다.
A씨의 큰딸은 현재 분리 조치 돼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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