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 버리고 도주한 IS 수괴는 '산송장'…"지도부 와해"

입력 2018-01-16 11:21  

조직원 버리고 도주한 IS 수괴는 '산송장'…"지도부 와해"
전세계 정보요원들의 3년간 추적에도 여전히 은신 추정
"피곤하고 핼쑥" 목격담…텔레그램 의존하며 예산도 못만지는듯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패퇴 위기에 몰린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소재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그가 건재하다 해도 그의 지도력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의 행방을 둘러싼 분석 기사에서 그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지만, 그의 칼리프(이슬람 초기 신정일치 지도자) 지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바그다디는 전례가 없을 정도의 많은 세계 각국 정보요원들이 지난 3년간 IS가 장악했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추적에 나섰어도 지금껏 붙잡히지 않았다.
IS 조직원들을 버리고 도주 중인 알바그다디는 지난 18개월간 최소 3차례 자신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흔적을 드러냈을 뿐이다.
2016년 11월 3일 그는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군이 IS 최대 거점도시 이라크 북부 모술로 진격할 당시 이 도시 서부와 탈 아파르 지역 사이의 한 마을에서 실수로 휴대용 무전기를 사용하다 45초간 자신의 음성을 노출했다.
쿠르드 지역 정보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가 45초간 얘기를 한 뒤 경호원들이 그로부터 무전기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 허술한 행동의 순간을 포착한 정보요원들이 즉각 알바그다디의 행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나섰지만 체포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알바그다디는 작년에도 이라크 소도시 바아지 남부에서도 부주의한 통신수단 이용으로 또다시 추적을 받기도 했지만, 공습이 이뤄지기 전 다른 곳으로 도주했다. 이후 그의 소재를 확인해 줄 추가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중상을 입은 채로 지금까지 은신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보기관 3곳은 그가 2015년 초 모술 남쪽 쉬르카트에서 크게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다른 소식통들도 그가 부상 회복을 위해 바아즈에서 수개월째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알바그다디의 움직임은 부상으로 이동 범위가 제한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군은 알바그다디가 시리아 국경 인근의 이라크 유프라테스 강 계곡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라크 지역 정부 당국자는 그가 중부 타르타르 기지와 사막 사이의 지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알바그다디를 봤다는 한 목격자는 "그는 피곤하고 핼쑥해 보였다"고 했다.
이라크의 한 지역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올해 그를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바그다디가 아직 건재하다 해도 그의 지도력과 권위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문가이자 IS 관련 책을 쓴 히샴 알하쉬미는 "알바그다디는 IS를 설립한 43명의 주요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도자"라며 "79명의 고위급 지도자 중에서도 지금까지 남은 이들은 10명뿐"이라고 말했다.
알하쉬미는 또 "그들은 그림자 정부에 기대고 있다"며 "안바르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작은 지역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지만 (지금은) 잠자는 조직으로, 어떠한 지도 체계도 없다. 지도부는 와해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IS 지도부는 더는 회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한번 회동을 하면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하지 않는다. 또 구두로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채 암호화돼 보안이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인 시그널과 텔레그램을 쓰고 있다.
알하쉬미는 "그들은 남자 조직원들의 보수를 50% 줄였고 주요 예산도 더는 만져보지 못한다. 지도력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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