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에 같은 메시지"…일각선 "여전히 정체성 차이 커"
박지원 "보수대야합 착착 진행…安, 무뇌상태 아닌지 의심"
安 "北 인공기 입장도 안돼" 발언에 "북한팀은 무슨 깃발 들어야 하나"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고상민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6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남북 공동 입장이 합의되면 한반도기(旗)를 들고 입장할 수 있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나란히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발언은 양당의 통합을 추진하는 두 대표가 북한 이슈에서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통합을 앞두고 하나씩 '코드'를 맞춰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먼저 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안이 북한의 요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대표단이 태극기를 못 들고 입장하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역시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힘들게 전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상징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당당히 태극기를 내걸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에 더해 "(북한의) 인공기 입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두 사람이 통합을 앞두고 의식적으로 양당의 인식차가 가장 큰 대북정책에서 비슷한 코드의 메시지를 발신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두 사람은 앞서 공개 발언을 통해 양당이 차이를 좁혀가고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례로 안 대표는 지난 연말 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어느 정당보다도 안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며 "(유 대표와도) 국민통합포럼 등을 통해 대화를 나눴고, 접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유 대표 역시 지난달 열린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방송법 ▲서비스발전법 ▲규제프리존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사회경제기본법 등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입장차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반대 진영에선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외교현안에 대해 두 대표가 그간 인식 차이를 드러내 온 만큼 정체성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에서는 두 사람의 이날 발언을 '보수야합'이라며 비판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세 대표가 3박자로 한반도기 사용을 반대하고 태극기를 사용하고자 합창한다"며 "보수대야합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한반도기 입장에 반대하는 것은 현행법에 저촉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지원 특별법'에는 대회를 통해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 대표가 한반도기 입장과 인공기 입장을 동시에 반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한국 대표팀이 태극기를 들면 북한은 당연히 인공기를 들겠다고 하지 않겠나"라며 "인공기도 안 된다면 북한은 무슨 깃발을 들어야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은 올림픽 정신에 따라 국가를 대표하는 인공기를 들 권리가 있다"며 "안 대표의 발언을 보면 기본상식도 없는 무뇌 상태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각성을 촉구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방식까지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 입장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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