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60주년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연구자나 일반 독자를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을 뽑아 목록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17일부터 이틀간 '한국 고전학의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 고전의 당면 과제인 정전화(正典化)와 정본화(定本化)에 대해 발표한다.
16일 배포된 발제문에 따르면 정전화는 시대를 초월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는 저술인 정전(正典)을 골라내고 목록을 제작하는 것을 뜻한다.
안 교수는 "수천 년 동안 정전을 수렴해온 중국, 19세기에 정전화를 시작한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정전을 정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며 "조선시대까지는 우리나라 책보다 중국 고전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정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고전은 절대다수가 한문으로 돼 있고, 한글로 쓰인 고전도 현대 국어와는 차이가 매우 크다"며 "고전을 번역해야만 하는 현실도 정전화의 장애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근대에 이르러 조선고서간행회와 조선광문회가 각각 '연려실기술', '택리지' 등 한국 고전 20여 종을 추려 간행했으나, 학계에서 두루 인정하는 정전의 목록이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
안 교수는 "정전화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오랜 경험을 축적한 연구기관이 주관해 치밀하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며 "정전을 정하면서 번역과 주석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전화와 함께 각 고전의 정본(定本)을 제작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본은 원본에 가까운, 표준이 될 만한 책을 말한다. 정본화는 학술 연구와 역주 작업에 선행돼야 하지만, 한국 고전 중에는 정본이 없는 책이 여전히 많다. 예컨대 이중환의 '택리지'는 이본(異本)이 2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수는 "정본화는 고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번역과 연구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라며 "기관과 개인 연구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항"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학술회의에서는 '고전의 재정의와 정본화', '한국 고전학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고전학 연구방법론의 새로운 시야', '고전 자료의 재인식과 정리, 해석의 문제' 등 4가지 세부 주제에 대한 발표가 진행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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