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6일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탈북 여종업원 송환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탈북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잘 정착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송환은 할 수 없다.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절실하기는 하나, 우리 사회에 정착해 잘살고 있는 탈북 여종업원들을 희생시켜가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치를 수는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아무리 명분이 훌륭하다고 해도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결정이며,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원칙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탈북 여종업원들이 "국가정보원에 유인·납치됐다"는 주장을 펴왔다. 우리 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요구할 때마다 이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9일 고위급회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열자는 우리 측 제안에 탈북 여종업원 송환 요구로 맞서 아무런 진전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의 북한식당 '류경'에서 일하던 이들은 2016년 4월 집단으로 이탈했다. 이틀 만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서울에 도착하고 바로 다음 날 입국 사실이 전격 공개됐다. 제3국을 경유한 입국과 발표가 일사천리로 이뤄진 데다 20대 총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북한의 주장대로 유인·납치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들의 입국과 발표를 서두른 정치적 동기는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부인했지만 '기획 탈북'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북한도 탈북 여종업원 가족의 영상편지까지 공개해가며 송환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여왔다. 북한이 억지주장을 펴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군사 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를 남북관계 복원의 양대 축으로 삼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사실상 무산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분명하게 거부한 것은 이들 12명 개개인의 자유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일 수 있다. 누구 하나라도 순전히 자의에 따라 남한에 온 것이 아니라면서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하는데 우리 정부가 억류하고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강제로 송환하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탈북 여종업원들의 자유의사를 우리 정부 확인만으로 객관화된 사실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도 우리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여종업원들의 탈북경위에 대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의문을 표하면서 "탈북 여종업원들과 면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꼭 유엔이 아니더라도 중립적인 국제기구를 통해 그들의 탈북경위와 자유의사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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