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우 가예 라디오프랑스 사장 특혜제공으로 법원서 유죄 선고
공영방송 개혁 앞둔 프랑스 정부 '장애물' 판단…사퇴 종용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공영방송 '라디오 프랑스'의 대표가 정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 개혁을 준비 중인 프랑스 정부는 라디오 프랑스의 마티우 가예 사장이 공공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자 사퇴를 종용했다.
가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그의 동성 애인이라는 루머가 한때 돌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16일(현지시간) 르몽드에 따르면 가예 사장은 지난 15일 법원에서 징역 1년의 집행유예와 함께 2만 유로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가예는 라디오 프랑스 대표이사 취임 전인 2010∼2014년 프랑스 국립음향영상연구소(INA) 대표 재직 시절에 2곳의 컨설팅 기업에 공공계약에 관한 법률을 어기고 총 40만 유로(5억원 상당)의 계약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가예가 법규를 우회해 자신이 잘 아는 기업에 계약을 몰아주려고 컨설팅 계약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변경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했다. 가예 사장은 즉각 항소했다.
세간의 관심은 그가 라디오 프랑스 사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로 쏠렸다.
주무부처인 프랑스 문화부는 판결이 나오자마자 "법적으로 공영방송 대표의 임면을 결정하는 것은 고등방송위원회(CSA)에있다. 정부의 어떠한 개입도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문화부는 입장을 180도 바꿔 "법률 준수 의무와 공영방송 대표의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가예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프랑스 문화부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은 엘리제궁(대통령실)의 견해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의 사퇴 압박은 유죄판결을 받은 가예 사장이 향후 공영방송 개혁 논의에서 장애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재정적자 감축 기조에 따른 긴축재정 정책의 하나로 올해 공영방송 예산을 올해보다 3천600만 유로(465억원 상당) 삭감한 데 이어, 공영방송의 전반적인 재정 건전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하원의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프랑스 텔레비지옹, 라디오 프랑스 등 대표적인 공영방송사들의 경영실적 악화, 예산 낭비, 방송콘텐츠 질 저하, 외주제작사와의 비정상적 거래 관행 등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마크롱은 특히 고등방송위원회(CSA)의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 방식을 거론하고, 한번 사장으로 임명되면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공교롭게도 프랑스 정부가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가예는 마크롱이 대선 후보 시절 둘이 동성 연인 관계라는 루머가 나돈 적이 있다. 가예는 프랑스 미디어업계와 정계에서도 소문난 '미남'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소셜미디어 공간을 중심으로 소문이 계속 퍼지자 마크롱은 한 지지자 모임에서 "내가 마티우 가예와 은밀한 관계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그건 나 자신이 아니고 나의 홀로그램일 뿐"이라며 작심하고 반박한 적도 있다.
가예 사장 측은 정부의 사퇴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변호인은 르몽드에 "이미 항소했기 때문에 가예는 상급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리로 보호받는다"면서 라디오 프랑스 사장직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송사 노조도 공영방송 개혁 논의에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예 사장의 사퇴 요구에는 반대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CSA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가예 사장의 거취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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