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거래 병원에 미국서는 공짜로 주는 기능 돈 받고 팔아
공정위, 후속 시장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첫 제재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의료기기인 CT·MRI 장비 유지보수 시장에서 중소 사업자를 배제하고 독점한 다국적기업 지멘스에 시정조치와 함께 수십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이하 지멘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62억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독일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지멘스는 국내 CT·MRI 장비 판매 점유율 1위를 4년째 기록하고 있는 업체다.
지멘스는 판매한 기기에 대한 유지보수 시장도 독점하고 있었지만, 2013년 기기를 판매하지 않고 유지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가 생기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CT·MRI 수가를 낮추면서 예산이 줄어 더 싼 값에 유지보수를 하고자 하는 병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멘스는 경쟁업체를 배제하고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위법행위를 시작했다.
지멘스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 차별 대우를 하며 자사와 거래하도록 유도했다.
CT와 MRI의 안전관리나 유지보수에는 시스템 접근에 필요한 일종의 아이디인 서비스키가 필수적인데, 자사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고급 권한이 포함된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요청 즉시 제공했다.
그러나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권한이 낮은 서비스키를 돈을 받고 판매했다.
지멘스는 이 서비스키를 미국에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나마 판매 즉시 제공하지도 않고 최대 25일 동안 시간을 끌기도 했다.
지멘스는 병원 측에 2014년 12월과 2015년 5월 두 차례 독립유지보수사업자와 거래할 때 생기는 위험성을 담은 공문을 보냈는데, 내용을 크게 과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과 거래하지 않으면 기기에 위험이 생길 수 있으며,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다.
이러한 지멘스의 위법행위 결과 총 4개였던 독립유지보수사업자 가운데 2개 사업자가 사실상 퇴출당하는 등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
아울러 서비스키 발급 지연으로 병원이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안전검사가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정위는 통상 재발방지 명령을 내리지만,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의료기기와 관련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하라고 지멘스에 명령했다.
지멘스는 병원이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를 요청하면 24시간 이내에 최소 행정비용으로 이를 제공하도록 공정위는 명령했다.
또 공정위 조치 내용을 지멘스 CT·MRI 장비를 보유한 병원에 통지하도록 했다.
이번 처분은 유지보수 서비스 등 후속 시장에서 벌어진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최초의 법 집행 사례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유지보수 가격의 인하와 서비스·품질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병원의 운영비용 절감으로 장기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 강화와 환자·장비사용자의 안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CT·MRI 유지보수 시장의 진입장벽을 완화해 중소기업의 유지보수 전문성 강화와 고용기회 확대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국민건강이나 안전에 관련된 불공정거래행위는 집중적으로 조사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며 "안전과 관련된 장비 제조사 정보공개 의무를 구체화하는 방안 등을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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