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접촉 피하고 대책회의 일정도 취소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구속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이 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전 사무실에서 참모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고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참모진들도 사무실을 찾지 않고, 대책회의 일정도 취소됐다.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의 박모 사무국장만이 오전 8시 50분께 사무실로 들어서며 "이 전 대통령은 오늘 나오시지 않는다"며 상황을 알렸을 뿐이다.
사무실 앞에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수십 명의 언론사 취재진이 진을 치자 건물 관리인도 취재진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민감한 태도를 보였다.
그간 검찰 수사망이 조여올 때마다 적절한 시점을 택해 직·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혀 온 이 전 대통령 측이 이렇게 침묵하는 것은 김 전 기획관 구속이 주는 의미와 충격파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집안 대소사를 40년 넘게 관리해와 'MB 집사'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이 전 대통령 본인보다 더 잘 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내밀한 사안까지 챙겨온 인물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결국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 전 대통령의 목전까지 다다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도 "적폐청산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직접 입장을 표명했고, 또 'MB 정권의 안보 실세'로 불리던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과의 송년 모임 자리에서도 "국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도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던 전날에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신속하게 언론대응을 한 바 있다.
그런 이 전 대통령 측이 일단 침묵 모드를 보이는 것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내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후 적절한 대응책을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참모진들은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삼성동 사무실을 피해 모처에서 별도로 내부 대책회의를 하고 공식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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