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기폭제' 엘스버그·'사생활 수호자' 스노든
"펜타곤·백악관에도 수천명 한반도 전쟁 우려…폭로 기대"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용기는 전염성이 있다. 목숨을 걸 만한 가치 있는 일이 있다."
'세기의 내부고발자'로 평가받는 미국 국방부 출신 군사분석 전문가 대니얼 엘스버그와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이 내부고발 동기에 대한 질문에 한 답이다.
엘스버그는 1971년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개입을 위해 무력충돌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국방부 극비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타임스(NYT)에 유출해 반전 여론을 확산시킨 인물이다.
스노든은 2013년 NSA의 전방위 도청과 사찰,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 등을 폭로, 국가권력의 광범위한 기본권 침해 우려를 제기한 뒤 러시아로 망명했다.
1970년대 미국 닉슨 행정부는 엘스버그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분류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스노든을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각각 20세기와 21세기의 가장 유명한 내부고발자들과 2시간에 걸친 온라인 대담을 진행했다며 16일(현지시간) 이들의 얘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대담은 두 사람 간의 차이점에서 시작했다.
엘스버그는 "7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밀문서를 밤마다 복사했지만, 수개월이 걸렸고 문서를 옮기는 데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이 가운데 40년간 만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엘스버그가 활동할 때와 내가 활동할 때의 차이는 정보 접근 범위"라면서 "나는 네트워크 전반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고발 동기에 대한 질문에 엘스버그는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면서 '베트남전은 잘못됐다. 참전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감옥에 가는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지도 모르는 그 일을 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용기는 전염성이 있다"고 말했다.
엘스버그의 행동에 용기를 얻었다는 스노든도 "그건 확실하다"고 공감했다.
스노든은 그러면서 "내부고발에는 일종의 정의감, 심지어 독선도 필요하다"면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그것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득하는 것은 작은 목소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노든은 또 "그것이 어떤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게 희망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엘스버그는 자신의 얘기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더 포스트'(The Post)에 대해 "미안한 기색도 없이 숨만 쉬면 거짓말하는 대통령을 두고 있어서 그 영화는 정말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언론인을 기소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가 첫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내부고발에 어떤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과의 전쟁을 막는 데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유나 생명을 바칠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물론 그렇다'라고 말하겠다"면서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펜타곤과 백악관에는 북한에 대한 공격이 재앙이 되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수천 명 있다"면서 "뉴욕타임스나 가디언이 보도해주지 않으면 인터넷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트럼프가 의학적으로 미쳤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는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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