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처럼 흔들리나… '대연정 할까 말까'에 민심 더 악화한 듯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전통의 유럽 간판 정당인 독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관심은 바닥을 찍고 다시 비상하느냐, 아니면 아예 땅속으로 처박히느냐에 모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전문기관 인자가 내놓은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은 18.5%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인자뿐 아니라 여타 기관이 시행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사민당이 얻은 최저 수준이다.
사민당은 같은 날 전문기관 포르자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20%에 턱걸이했다.
사민당은 작년 9월 총선 땐 사상 최저인 20.5%에 그쳐 큰 수모를 겪은 바 있다.
현재 사민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다수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 연합과 대연정을 다시 한 번 꾸리려고 협상에 나선 상태이나, 대연정 가세 여부에 관한 당내 이견 때문에 극심한 분열상을 노출하고 있다.
마르틴 슐츠 당수를 위시한 연방 중앙당 지도부가 최근 타결한 예비협상안을 들고서 본협상 개시에 동의를 구하려 당 지역조직을 찾아 나선 가운데 각 지역당은 지도부의 찬반 표결 결과를 공표하며 세를 규합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예비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작센안할트 주(州) 당 지도부가 표결을 거쳐 본협상을 거부한 데 이어 베를린, 튀링겐 주 지도부도 이에 가세했다. 반면 같은 옛 동독 지역이지만 브란덴부르크 주는 '어게인 대연정'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지역 당 지도부의 표결 결과는 본협상 여부를 결정하는 오는 21일의 전당대회 투표에 구속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덧붙여 그날 전대에서 의결권을 가진 전체 대의원 600명 중 이들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작은 것도 특히 반대파에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전역에 있는 16개 주에 모두 조직을 갖춘 사민당의 지역별 대의원 분포는 당연히 각 지역 당원 숫자에 비례한다.
이에 따라 독일 최다 인구 주이자 최다 당원이 포진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이 144명으로 가장 많고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이 5명으로 가장 적다. 그 외 다른 주들을 더 보면 니더작센 81명, 바이에른 78명, 헤센 72명, 라인란트팔츠 49명 등의 순을 보인다.
슐츠 당수가 15∼16일 NRW 주 핵심 도시인 도르트문트와 뒤셀도르프를 잇달아 찾아 대의원들을 만난 것은 이 때문이다. 전체 대의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NRW에서 당심을 얻지 못하면 21일 전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슐츠 당수는 그러나 뒤셀도르프에서 대의원 65명과 3시간 반 동안 간담회를 하고 나서 기자들에게 전대에서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고 슈피겔 온라인이 전했다.
그는 다만, 대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고 간담회 분위기를 귀띔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현 대연정에서 외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지그마어 가브리엘 전 당수는 대중지 빌트에 "유럽뿐 아니라 세계가 오는 일요일에 본(Bonn)을 바라볼 것"이라며 이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전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찌감치 대연정 참여론을 앞장서서 주장한 인물이다.
미하엘 그로셰크 NRW 주 당대표 역시 "전대에서 대의원 과반이 본협상 개시에 찬성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위해 더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지만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했다. 애초 대연정에 반대했던 그는 지금은 "정부를 잘 운영하는 것이 안 운영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논리를 앞세워 찬성으로 선회한 상태다.
그로셰크 주 당대표는 총선 직후엔 슐츠 당수와 한목소리로 "사민당이 야당을 하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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