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논란 속에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던 로힝야족 난민의 본국 송환이 임박했지만, 난민들과 국제사회는 인권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난민 송환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실무협의를 통해 2년 안에 65만 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의 본국 송환을 마치기로 합의한 가운데, 미얀마 정부는 하루 300명, 주당 1천500명 규모의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측은 오는 23일부터 시작될 1차 송환에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750명과 힌두교도 508명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당국은 이들을 육로와 수로를 통해 본국으로 데려온 뒤 2곳의 임시수용소에 1∼2개월간 머물게 하고, 이후 원 거주지로 돌려보낼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오랜 차별과 박해를 겪고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까지 경험한 로힝야족 난민들이 강제로 본국에 송환된 뒤 또다시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적 기준에 맞는 난민 송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화해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난민들을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미얀마의 난민촌으로 그냥 옮겨놓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그들은 오랫동안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얀마를 방문한 적이 있는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그들은 허약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며 돌아갈 준비가 안 됐었다"며 "미얀마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송환 일정보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자발적으로 집에 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민들의 걱정은 더 크다.
로힝야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가 경찰초소를 습격해 유혈사태를 촉발한 직후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 난민 모함마드 파룩(20)은 "이곳 수용소와 미얀마 수용소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미얀마 수용소가 더 나쁠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 오래 감금되어 있을 것이며 생명의 위협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난민은 미얀마 정부가 세운 송환용 난민촌이 라카인주 시트웨이 있는 기존의 국내 난민용 캠프(IDP)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미얀마내 10여 곳에 달하는 IDP 캠프는 2012년 불교도와 로힝야족 간 유혈 충돌 이후 로힝야족을 격리 수용한 장소다. 이곳에 수용된 로힝야족들은 이동의 자유 등 기본권의 제약을 받고 있다.
일부 난민들은 미얀마로 돌아가는 즉시 '테러 혐의'로 체포될 것을 걱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실제로 미얀마 정부는 난민송환 협상 중에 방글라데시 측에 1천여 명에 달하는 ARSA 가담자 명단을 제시하고, 이들을 체포해 신병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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