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횡포 논란…"지방선거 앞두고 진보 도지사·교육감 견제 의도" 분석도
(예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도의회가 자신들이 만든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예산을 삭감한 데 이어 인권조례 폐지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조례안까지 폐기하려는 것을 두고 의회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충남도의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소속 김종필 의원이 지난 15일 '충남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의원 26명 중 23명이 서명에 참여했으며 국민의당 의원 1명, 무소속 의원 1명도 포함됐다.
의원들은 "충남 인권선언문에 담긴 성적 지향과 관련된 문구가 동성애를 옹호할 수 있다"며 조례 폐지 당위성을 주장한다.
김종필 의원은 "충남 인권선언문에 담긴 성적 지향과 성별 지향성 등이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며 "갈등을 불러올 조례를 그냥 둘 수 없어 능동적으로 대처하려 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윤리강령에도 소수자를 보호하도록 돼 있고, 성별·나이·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만큼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는 것이 충남도의 입장이다.
충남도 인권위원회는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이 자신들의 당이 제정한 윤리강령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의 극치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인권조례를 스스로 폐기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인권조례는 2012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제정했다. 자유선진당은 그해 말 새누리당과 통합됐다.
도의회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설립한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이하 청소년인권센터)' 예산도 삭감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충남교육청이 제출한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 처리한 데 이어, 예산도 5억원에서 2억원으로 삭감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5명, 국민의당 1명, 더불어민주당 2명 등 8명 의원이 전원 찬성했다.
이와 관련,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침해는 교실보다는 주로 기업에서 일어나는 만큼 교사가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어 비영리단체나 전문가에 맡겨 센터를 운영하려던 것"이라며 "센터 설립의 근거가 되는 조례도 의회에서 만들었지만 예산이 삭감돼 직영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인권센터는 지난해 6월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만든 '충남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설립됐다.
하지만 의회가 교육청이 제출한 인권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함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처럼 도의회가 연이어 진보 성향의 교육감과 도지사에 견제구를 던지는 것을 두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도는 인권조례에 동성애를 합법화하거나 조장하는 내용이 없고, 성별·종교·나이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제정된 것인데, 폐지가 추진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현재 충남도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한국당 의원들 스스로 주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정한 조례를 이제 와서 폐기하는 것은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행정력 낭비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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