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범람연맹' 지도자 왕루이가 주인공…中, 거친 반발 예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만에 체류 중이던 중국의 반체제인사 왕루이(王睿·36)가 미국 망명 신청 4년여만에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17일 홍콩 명보(明報)와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 등에 따르면 그간 미국 망명 의사를 피력해왔던 왕루이가 미국과 대만 정부의 긴밀한 협조와 비밀 공작 끝에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이는 대만 정부가 2002년 대만으로 도피해온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의 민주파 인사 탕위안쥐안(唐元雋)을 미국으로 이송시킨지 16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반체제인사의 미국 이송에 성공한 것이다.
왕루이는 미국 도착후 "미국 정부와 대만 정부의 도움에 감사드린다"며 "중국의 민주 실현을 위해 분투하겠다. 머지않아 중국인들이 진정한 민주와 자유를 얻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난징(南京) 출신의 왕루이는 중국이 반체제 정치단체로 규정한 '중국 범람(泛藍)연맹' 지도자로 인터넷을 통해 중국 정책과 인권침해 등을 비판하며 중국내 민주파 인사들과 연락을 가져왔던 인사다.
대만 정치인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내건 일로 당국에 체포돼 구타당했으며 이후에 여권을 압류당하고 장기간 감시를 받는 등 고초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루이는 이후 2014년 단체관광객의 일원으로 대만에 넘어왔다가 중국에 돌아가지 않고 대만에 체류하며 미국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해왔다.
이듬해 9월 왕루이의 민주화 운동 동료인 루닝(陸寧), 스젠(石堅), 쑤첸룽(蘇黔龍) 세 청년이 산둥(山東)에서 소형 요트를 타고 대만으로 넘어온 다음 왕루이와 그의 여자친구 양루이니를 합류시켜 미국령 괌으로 항해해 망명을 신청할 계획을 짰다.
하지만 긴 항해 끝에 타오위안(桃園) 인근 해역에서 대만 당국에 체포된 이들은 결국 대만 출입국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야 했다. 대만에는 난민법이 없어 합법적으로 대만에 체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온 세 청년은 복역을 마친 뒤 결국 중국으로 송환됐고 왕루이만이 대만 당국의 암묵적 지원에 의해 별건 사건으로 입건된 상태에서 대만에 체류해오던 중 이번에 미국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왕루이의 여자친구 양루이니도 중국으로 송환되던 중 홍콩 공항에서 방향을 돌려 태국을 넘어갔고 현재 유엔 난민기구로부터 임시 난민증을 받은 상태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 외교부만이 대만 이민서와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의 긴밀한 협력으로 인권 보장의 원칙에 따라 이번 사안을 처리했다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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