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왜 미세먼지 정책 '돈키호테'가 됐나

입력 2018-01-17 14:04   수정 2018-01-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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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왜 미세먼지 정책 '돈키호테'가 됐나
환경부 차량 의무 2부제 추진 믿고 대중교통 무료정책 도입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항변에도 실효성 논란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지난 15일에 이어 17일 이틀째 시행한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요금 면제가 거센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서울시가 하루 동안 시민들이 이용한 버스·지하철 요금을 대신 납부하는 데 드는 세금은 50억원가량이다. 그런데 대중교통 요금을 처음 면제한 지난 15일 당일 도로교통량은 1.8% 줄어드는 데 그치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대중교통 무료정책에 참여하지 않은 경기도의 남경필 도지사는 '서울시가 수십억 원씩을 공중에 뿌린다'며 맹비난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고 항변하는 서울시는 어떻게 '미세먼지 정책의 돈키호테'가 됐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세먼지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으로 예보되면 출퇴근 시간 지하철·버스 요금을 면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5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에서다.
지난해 봄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자 서울시는 시민 3천명이 참여해 '백가쟁명'식으로 의견을 내는 토론회를 기획했다. 이들은 원탁 250개에 10명씩 둘러앉아 미세먼지 정책의 우선순위와 대안 등을 놓고 토론했다.
서울시가 토론회를 앞두고 사전 신청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모집한 결과 1천272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주로 유해 차량의 서울 진입을 제한하거나 경유차를 관리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자는 의견을 냈다.
토론회에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서울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중국 주요 도시들과의 도시외교 노력 강화(28%)'가 1위로 꼽혔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다른 자치단체와의 협력 확대(22%)', '노후 경유 차량에 대한 저공해조치 및 운행제한 강화(18%)'가 뒤를 이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해 도로교통량을 줄이자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순전히 '시민 여론'에 기반한 정책은 아닌 셈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차량 2부제 참여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미세먼지가 극심하다면 차량 2부제로 교통량 관리를 해야 한다는 시민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무료'는 프랑스 파리 등 다른 도시의 사례를 집중 연구한 끝에 박원순 시장실에서 나왔다고 한다. 2014년에서 2017년 초까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한 파리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파리와 서울이 다른 점은 파리는 지방정부의 힘이 강해 차량 의무 2부제 시행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서울은 그럴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중앙정부가 추진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서울시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정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 미세먼지 대응이 예견됐다. 문재인 정부가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이자 서울시에선 "중앙정부가 앞서 나가니 따라가기 벅찬 측면이 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무료이용은 차량 2부제가 의무화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당시엔 환경부가 2018년 안에 차량 의무 2부제를 추진하면 서울시가 1년여만 뒷받침하면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량 의무 2부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부 입법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 돌파구로 삼은 것이 바로 대중교통 무료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환경부를 비롯한 12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는 차량 의무 2부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경기도·인천도 대중교통 무료정책 동참을 거부했다.
서울시는 경기도와 인천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광화문광장 대토론회에서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깜짝 발표한 뒤 협의를 요청했다. 이후 10여 차례 협의를 벌였으나 경기도·인천은 비용 부담 문제로 참여를 거부했다.
기대했던 중앙정부의 차량 의무 2부제 추진 시기가 뒤로 밀리고, 다른 지자체와 협의가 난항을 겪으며 서울시는 미세먼지 정책의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중국 탓만 하지 않고 뭐라도 해보려는 서울시의 노력에는 공감한다는 시민 의견도 있다. 이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경기도·인천이 동참해야 한다며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기도가 참여했다면 대중교통 무료정책의 효과가 훨씬 높았을 것"이라며 "서울시는 50억을 선택할 거냐,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선정할 거냐의 문제에서 답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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