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리오 몬티(75) 전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3월4일 총선을 앞두고 이탈리아 정치권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몬티 전 총리는 지난 16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독립 방송 'La7'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전진하는 게 아니라 후퇴하고 있다"며 총선을 겨냥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주요 정당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밀라노 명문 대학 보코니 총장을 역임한 몬티 전 총리는 2011년 11월 총리로 취임해 2013년 4월 물러날 때까지 전문관료로 구성된 내각을 이끌며 연금, 노동 개혁 등을 단행해 이탈리아를 재정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날 La7 방송에 출연해 "이탈리아와 유럽 나머지 국가들 앞에 제시되고 있는 광경은 완전히 무책임한 것"이라며 "그것은 이탈리아의 발목을 잡을 끔찍한 광경일뿐 아니라 거대한 허위 정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탈리아 주요 정당들이 약 5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세금 대폭 인하, 재정 지출 확대, 연금 개혁안 철폐, 최저 소득 보장 등 선심성으로 비춰지는 각종 공약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로 읽힌다.
그의 전임자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은 집권 시 개인과 기업에 대한 단일 세율 도입, 몬티 내각이 2012년 채택한 연금 수급 연령 상향 철폐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파 연합은 이탈리아 총선에서 과반에는 못미치겠으나, 주요 정치 세력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제1야당으로 단일 정당 가운데에서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성운동은 재정 적자를 유럽연합(EU) 상한선 이상으로 확대하고,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몬티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이런 제안들은 결국 추후 세금 인상을 수반할 것"이라며 "이탈리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울러 재정 위기를 초래한 책임 등으로 사퇴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기억을 지우면서, 베를루스코니가 어떻게 통치했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레나토 브루네타 FI 하원 원내총무는 몬티 전 총리의 이런 비판에 대해 "몬티 정부는 이탈리아를 EU에 팔아넘겼다"며 "그의 발언은 우스꽝스럽고, 애처롭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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