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안 갯벌을 가다] ③ 태곳적 신비 간직…고창갯벌

입력 2018-01-21 09:17  

[서남해안 갯벌을 가다] ③ 태곳적 신비 간직…고창갯벌
곰소만 입구 개방형 갯벌…모래갯벌, 펄갯벌, 염습지 등이 한 곳에
독특한 생물 군집 형성, 최고의 종 다양성 자랑




(고창=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고창갯벌 중심인 전북 고창군 심원면 하전리 앞바다에 물이 빠지자 검은 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또 넓었다. 바다까지 거리가 무려 5km가 넘는다고 한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 갯벌은 한산하고 적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그곳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꿈틀대고 있었다.
전국 최고 바지락 생산지답게 호미질 한번에도 바지락이 갖가지 조개들과 함께 한주먹씩 쏟아져나왔다.
한가한 한때를 즐기는 크고 작은 게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그득했다.
겨울을 찾아 날아든 이름 모를 철새들은 부리를 연신 갯벌에 집어넣고 갯지렁이며 조개 따위를 잡아먹느라 여념이 없었고, 갯벌 중간중간에 남아있는 얕은 물웅덩이는 망둑어와 같은 물고기들 차지였다.



고창갯벌은 곰소만 일대에 형성돼 있다.
곰소만 입구에 있는 개방형 갯벌로 7개 섬과 암초만 갯벌 위로 얼굴을 내민다.
이 가운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곳은 곰소만 입구에서 안쪽까지의 59.85㎢.
동쪽에는 부안면 갈곡천, 남쪽에는 인공제방과 주진천이 있고 북쪽은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둘러싸고 있다. 서쪽은 탁 터진 서해 연안이다.
약 9천 년 전 해수면이 낮았을 때는 수십 개 섬으로 다도해를 이뤘던 곳이다.
그러나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들이 펄갯벌에 묻혀버리고 그 위를 해침 퇴적층인 모래갯벌이 덮으며 형성됐다.
현재는 개방형 다도해 갯벌의 말기단계에서 전형적인 만입형 갯벌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인다.



고창갯벌은 곰소만 입구 모래갯벌과 암반 서식지, 만 내측의 펄갯벌, 염습지가 모두 한곳에 조화롭게 분포하며 각각 독특한 생물 군집을 형성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점이 높이 평가받아 일찌감치 2007년 12월 고창갯벌 가운데 고창 부안면과 심원면 일원 갯벌 10.4㎢가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연안 습지 중 일곱 번째였다.
이어 2010년 2월에는 연접한 부안갯벌 4.9㎢를 포함한 고창·부안갯벌 45.5㎢가 람사르 습지에 이름을 올렸다.
고창갯벌은 도관돌말류, 보리돌말류, 체돌말류, 시클로텔라류 등 총 196종 저서규 조류가 출현할 정도로 높은 종 다양성을 나타낸다.
이번에 세계유산에 올리려는 서남해안 다도해 갯벌 전체 저서규조류 종의 52.3%가 이곳에서 발견될 정도다.



대형 저서동물도 256종이 출현했다.
염습지와 펄, 모래에서 184종, 암반 서식지에서 80종이 나왔다.
그 가운데 절지동물이 84종(33%)으로 가장 많고 연체동물은 79종(31%)으로 나타났다.
이 모래갯벌에는 물새 먹이가 되는 바지락과 동죽, 갯지렁이류 밀도가 높다.
평균적으로 대략 90종, 5만2천여 마리나 되는 물새가 서식하는 것도 이 덕분이다.
물새 중에서도 18종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물새종과 23종의 한국 고유종이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심각한 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와 멸종 위기종인 붉은어깨도요, 황새,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사촌, 취약종인 검은머리갈매기와 흰죽지, 노랑부리백로도 관찰된다.
위기 근접종인 검은머리물떼새, 댕기물떼새, 붉은가슴도요, 큰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갯도요도 무리를 지어 산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황새는 이번 신청유산 가운데 유일하게 고창갯벌에서만 만날 수 있다.



고창갯벌은 전 세계적으로 1속 1종만 보고된 서해 고유종인 범게 서식지이며, 살아있는 화석으로 알려진 개맛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모래갯벌 속에 몸을 묻고 서식하는 범게는 알을 5만4천 개나 낳지만, 성체까지 자라는 숫자는 많지 않고 서식처 또한 제한적이다.
곰소만 내측 펄갯벌 상부에 좁은 폭으로 형성된 모래갯벌에는 흰발농게가 분포한다.
이와 같은 멸종위기종 및 보호종 서식은 고창갯벌이 잘 보호되고 있고 먹이가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창갯벌은 주민에게는 오랜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혼합갯벌이 잘 발달해 바지락, 백합, 동죽 등 패류의 수산 양식업이 발달했고 주변에 넓은 대륙붕과 간석지가 전개돼 조기·새우·민어 등의 어업도 성행했다.
미네랄이 풍부해 천일염 염전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갯벌의 중요성에 눈을 뜨면서 고창갯벌을 보호하고 복원하려는 노력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160억원을 들여 우리나라 최초의 새우양식장이었던 심원면 일대 축제식 양식장 100만㎡를 복원했고 염습지 복원사업과 갯벌 생태관광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고창갯벌은 태곳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갯벌"이라며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세계 5대 갯벌 반열에 오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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