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과학고 학생 86명 "35개 축사 탓 악취…청주시 부당 허가"
충북교육청은 축사 건축주 17명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충북과학고 주변 축사 난립 문제가 법원과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충북도교육청이 축사 건축주들을 상대로 공사중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충북과학고 학생들이 건축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충북과학고 1, 2학년 학생 86명은 청주시 등 행정기관을 상대로 지난 10일 충북도행정심판위원회에 축사 건축 허가 처분 취소 청구와 건축 허가 효력정지 집행 신청을 냈다.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건축 허가가 난 20개 축사 중 준공하지 않은 곳은 공사를 중지하고, 착공계를 내지 않은 곳은 건축 허가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이 학생들의 요구다.
충북과학고 일대 35개의 축사 허가 건 중 23건이 최근 3년(2015년 3건, 2016년 6건, 작년 14건)에 집중됐다.
기존 농가를 포함해 한우나 젖소를 키우는 농장이 8곳가량 되고, 축사를 건립 중인 곳도 적지 않다.
학부모들은 "충북과학고는 150여명의 학생들이 1년 내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며 "기숙사가 인구 밀집 지역임에도 청주시가 조례를 잘못 해석해 무분별하게 축사허가를 내줬다"고 행정심판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16년과 지난해 집중적으로 허가를 내줘 축사 난립을 불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충북도는 오는 3월 말 행정심판위를 열어 이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앞서 충북도교육청은 A씨 등 축사 건축주 17명(18개 축사)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청주지법에 공사중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도교육청은 충북과학고 교육환경보호구역을 경계로 1㎞ 이내에서 31개의 축사 허가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2015년 이후 허가가 난 18건을 상대로 착공 금지(5건), 공사중지 및 입식 금지(10건), 추가 입식 금지(3건) 결정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이 사건의 첫 심문 기일도 3월로 예상된다. 건축주들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조례의 '가축사육 일부 제한구역에서의 축종별 가축사육 요건' 규정과 관련, 민가 기준으로 10가구 이상 거주지역에서 반경 500m 이내에 들지 않는 지역이면 축사를 허용해왔다.
학교 기숙사는 인구 밀집 지역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충북과학고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경계로부터 200m 이내)과 조례상의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벗어난 곳에 축사가 우후죽순 들어서 악취 등에 시달리는 충북과학고와 단재교육원수원의 원성을 샀다.
김병우 교육감은 지난 17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축사 관련 갈등 조정이 사실상 사법기관에 의해 매듭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 당국과 지자체, 의회가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숙애 도의원은 "학생들이 주변 축사의 악취와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축사허가가 늘어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타 지자체보다 느슨한 청주시 조례와 조례 해석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충북과학고 축사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 교육환경보호구역 재설정, 학생 학습권과 건강권 보호하는 행정심판 결정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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