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강화' 칼 빼드는 정부…집값 안정에 먹힐까

입력 2018-01-18 17:31  

'재건축 연한 강화' 칼 빼드는 정부…집값 안정에 먹힐까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에 대해 재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재건축 규제가 지금보다 대폭 강화될 공산이 커졌다.
현재 집값 상승이 강남 4구와 광진·성동·양천구 등에 한정돼 있고, 1980년대 후반에 지어져 재건축 사업 추진이 임박한 아파트들에 투자수요가 몰린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도입한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규제는 지난 2014년 9·1부동산 대책에서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통해 대폭 완화됐다.
현 정부는 보수정권에서 풀어놓은 재건축 규제를 다시 9·1대책 이전 수준의 규제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연한 강화시 1980년대 후반 준공 단지 재건축 지연될 듯
정부가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등 추가 규제 검토를 공식화함에 따라 대책이 발표되면 서울시내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5월 이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부담금 '청구서'를 내보낼 방침이어서 재건축 초기 단지에 대한 투자심리를 꺾고, 관리처분이 임박한 기존 재건축 단지도 재건축 부담금이라는 '세금 폭탄'으로 인해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경고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재건축 가격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검토' 단계에 있어 구체적인 개선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단 30년으로 단축됐던 재건축 연한이 최대 40년으로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4년 9·1대책 전까지 서울·경기·인천은 재건축 연한이 준공 년도에 따라 최대 40년이었으나 서울의 경우 1989년에 준공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이 종전 2025년에서 2018년으로 6년, 1991년 준공 주택은 2031년에서 2021년으로 10년이 단축되는 등 1987년부터 1991년 이후에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이 현행보다 2∼10년 단축됐었다.
그러나 다시 과거 기준으로 돌아갈 경우 1988년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올해부터 안전진단 등의 절차를 밟아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했지만 9·1대책 이전에 적용했던 서울시 기준안에 따르면 4년 뒤인 2022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1989년과 1990년 지어진 아파트는 지난 규제 완화로 2019년과 2020년부터 재건축 추진이 가능했지만 종전 기준으로 회귀할 경우 다시 2025년, 2028년으로 6∼8년씩 재건축 가능 시간이 늦어진다.
그러나 정부가 과거 서울시안대로 재건축 연한을 적용할 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 연장이 필요한지 다각도로 검토중이며 아직 구체안이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일단 9·1대책 이전의 서울시 등 지자체 조례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의 재건축 단지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아파트(4천494가구)는 1988년 말,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5천540가구)은 1989년 1월, 문정시영(1천396가구)은 입주 30년이 다가오면서 차기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으며 가격이 올랐으나 재건축 연한이 강화되면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다만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985년 말부터 1988년 말까지 준공한 아파트가 혼재돼 있어 셈법이 복잡해진다.
신시가지 1∼10단지, 13단지, 14단지는 1985∼1987년에 준공돼 과거 9·1대책 이전 기준을 적용해도 이미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상황이지만 11단지와 12단지는 1988년 이후 준공돼 연한이 늘어날 경우 재건축 가능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1∼16단지 3만여가구도 1988년에 건설돼 재건축 연한이 늘어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계동 중개업소 사장은 "안그래도 8·2대책 이후 거래도, 가격도 침체됐는데 재건축 연한까지 강화되면 시장이 더 나빠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 "당장 쓸 수 있는 고육책…공급 부족 부작용도"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가 추가로 강화될 경우 당장 집값 상승을 막는 등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강남 집값 상승에 놀라 다급한 나머지 과거에 일시적으로나마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던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 같다"며 "재건축에 대한 과도감 기대감을 잡으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재건축과 같은 투자상품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규제가 가해지면 일단 심리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는 있다"며 "지금 시장이 유동성 장세에 따른 과도한 기대감으로 '오버슈팅'된 측면 있어서 움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강력한 재건축 규제 강화가 결국 서울 지역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는 것을 학습효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가 '공급 부족'의 시그널로 인식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중개업소 사장은 "서울에 들어오려는 수요를 투기수요로만 인식하는 정부 판단이 잘못됐다"며 "베이버부머 이후 강남이나 도심 요지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세대들은 많은데 공급을 줄여버리면 1∼2년 투기심리가 꺾이더라도 결국 3∼4년 뒤엔 다시 집값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 연한 강화의 풍선효과로 현재 재건축을 추진중인 1970년대 건축 아파트의 몸값은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송파구 잠실동 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 주공 5단지와 대치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0년대 지어져 재건축 연한 증가와 무관한 단지들"이라며 "가뜩이나 투자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이들 단지에 투자수요가 더욱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중개업소 사장은 "규제가 나오면 매수심리가 주춤할 수 있지만 어차피 재건축 연한 30년이 되더라도 실제 재건축이 가시화되려면 5년, 10년은 더 걸리기 때문에 큰 영향이 있을까 싶다"며 "재건축 연한 강화에 수요자들이 얼마나 반응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중개업소 사장은 "현재 서울 집값 상승은 재건축 뿐만 아니라 신축 아파트, 1970년대 지어진 재건축 추진 단지, 입주 30년이 임박해 미래에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까지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데 정부는 재건축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재건축이 안정되면 주변 집값도 안정될 수 있지만 공급 부족 부작용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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