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3월4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을 통해 정계 전면 복귀를 노리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에게 적용된 공직 진출 금지 조치가 해제될 경우 다시 총리직을 수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8일 이탈리아 방송 'La7'와의 인터뷰에서 "중도 우파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나의 공직 진출을 금지한) 결정을 파기하는 판정을 내린다면, 뒤로 물러서지 않고 총리직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추문 의혹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2011년 총리직에서 사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는 이후 이탈리아 반부패법에 따라 상원의원직을 박탈 당했고, 2019년까지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게 됐다.
그는 그러나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상대로 ECHR에 소송을 제기했다.
ECHR은 작년 11월 그의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법정에서 첫 공판을 열고,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개시했다. 그러나, ECHR의 판결은 이탈리아 총선일 이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이날 인터뷰에서 "ECHR의 재판 절차가 얼마나 느린지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총리직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총리가 되면 우파 연합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극우성향의 정당인 동맹당의 대표 마테오 살비니는 내무장관으로 발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중국 사업가에게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AC밀란을 매각한 그는 축구 포지션에 빗대어 "살비니는 '중앙 공격수' 유형이라 내무장관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는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맹당, 또 다른 극우 성향의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손을 잡고 우파 연합을 결성, 오는 3월 총선에 임할 예정이다.
우파 연합은 현재 합계 지지율 35% 안팎을 보이고 있어 단일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성운동을 제치고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이 유력시 되나, 정부 구성에 필요한 40% 이상의 표를 얻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총선 후 정부 구성이 난항에 빠지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우파 연합에서 득표율이 가장 높은 정당이 총리를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살비니 대표는 자신이 직접 총리로 나서겠다는 야망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동맹당은 이탈리아 난민 위기와 맞물려 심화되고 있는 반(反) 난민 정서에 편승,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추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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