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70대 노인들이 대낮 도심의 한 여자중학교 인근 공터에서 죽은 개를 잔인하게 토막 내 입건됐지만, 개 주인을 찾지 못해 결국 경범죄로 처벌받게 됐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A(71)씨와 B(77)씨의 죄명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20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던 C(71·여)씨는 개를 토막 낼 당시 현장에 없어 무혐의로 종결됐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11월 29일 정오께 인천시 계양구 모 여자중학교 인근 공터에서 점화기와 흉기를 이용해 죽은 개에 불을 붙이고 토막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여중생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A씨 등을 붙잡았다.
A씨 등은 이웃 주민 C씨로부터 "죽은 개를 좀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범행 며칠 전 자신이 일하는 식당 창고에서 죽어 있던 개를 발견, 개소주를 만들어 먹으려고 A씨 등에게 이러한 부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애초 개 주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했으나 수사 결과 주인이 없는 유기견으로 결론지었다.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된다.
대신 경범죄처벌법 제1조 11항인 '담배꽁초, 껌, 휴지, 쓰레기, 죽은 짐승, 그 밖의 더러운 물건이나 못쓰게 된 물건을 함부로 아무 곳에나 버린 행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A씨 등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분을 받게 된다.
점유이탈물횡령죄 처벌인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보다 훨씬 약한 처분이다.
이들 범행은 한 여중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제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큰 공분을 샀다.
이 여중생은 해당 글에서 "오늘 학교 급식실 앞 빌라에서 한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많은 학생이 보고 있는 가운데 잔인하게 죽였다"며 "학대범이 법에 따라 정당하게 처벌받으려면 동물 학대 처벌법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지난달 29일까지 5만3천666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개가 동네를 혼자 돌아다니는 걸 봤다는 주민들 진술이 있었고 개 주인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