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모든 나라에서 물 부족은 사회 불안과 대규모 이주, 반란, 대규모 전면전을 일으킨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 중동의 시리아는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들 나라에 이어 이란도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
국제환경연구기관 세계자원연구소(WRI)는 '물스트레스 국가'(1인당 가용 수자원량 1천700㎥이하인 물 부족국가)가 전세계적으로 늘어 2040년이면 33개국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 부족은 거리 시위를 촉발한다.
인도에서는 물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사회 불안의 공통 요소가 됐다.
테러단체들이 물을 독차지해 독점적으로 사용하면서 착취하는 경우도 생겼다.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세력 '알샤바브'(Al Shabab)는 극도의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사회를 이용하려 애썼다.
물 부족을 겪는 지역 주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기도 한다.
가뭄 지역에 사는 젊은 청년들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보코하람 등 테러단체로 몰려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물 부족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불만이 팽배해지기 시작한 최근 사례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이란의 작은 마을과 도시들이 특히 그렇다.
농장은 메말라 있고 호수는 먼지 사발로 변했다.
수백만 명이 마을 중심지나 도시로 이주했고 특히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미국 퇴역 군 관리들은 지난해 말 이런 '물 스트레스'가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과 분쟁지역에서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로 본다면 이란은 더 뜨거워지고 더 메말라 갈 것이 분명하다.
잇사 칼란타리 이란 전 농림부장관은 "물 부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란을 혹독한 나라로 만들어 결국 5천만 명이 모두 고국을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에서 물 부족이 이달 초 전국적으로 확산한 항의시위의 단초가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도시지역의 말라붙은 수도꼭지와 시골의 메마른 우물, 우르미아 호수에서 이는 흙먼지 폭풍 등 물 부족에서 생겨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나 시리아처럼 이란도 1979년 혁명 이후 식량 자급자족 계획을 세웠다.
당시 이란 정부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밀을 전국적으로 재배하도록 독려하면서 전력을 싼값에 제공하고 밀 가격을 제대로 쳐줬다.
농민들은 이에 힘입어 밀 재배를 더 늘렸고 지하수는 고갈됐다.
이란의 지하수 고갈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에 따라 31개 지방 가운데 12곳은 향후 50년 내 지하수를 품고 있는 대수층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이란의 땅이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이란의 최대 해수 호수였던 우르미아 호수는 그 면적이 1970년대와 비교해 90% 가까이 줄었다.
이란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지표수가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름은 지금보다 2~3도 더 더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리아는 물 부족 국가 지도자들에게 좋은 교훈을 제공한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가뭄으로 시골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몰려들고 주로 젊은층의 실업률이 치솟았다.
국민 사이에 절망감이 팽배해지면서 결국 2011년 거리 시위가 발생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는 진압에 나섰지만 시리아인들의 절망감은 쌓여만 갔고 결국 내전이 발발, 중동의 지형이 바뀌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