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직접 대응 자제…측근들 "정치보복이란 것 다 알아"(종합2보)

입력 2018-01-19 19:03   수정 2018-01-19 19:04

MB, 직접 대응 자제…측근들 "정치보복이란 것 다 알아"(종합2보)
김윤옥 여사, '명품 구입 특활비 사용' 주장 박홍근 고소
이재오 "제왕적 대통령의 분노, 국민 정의 아냐…군사독재 시절 연상"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주변 측근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이후 이틀째 '침묵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측근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발언에 대해 무대응을 지시한 데 이어 이날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드렸을 때 '일절 반응하지 말라'라고 지시를 한 상태라 저희도 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이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전이 될 것이므로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성격으로 규정한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변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러면서도 여권의 관련 언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할 부분에 대해선 단호하게 맞서는 분위기다.
일단 여당이 제기한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국정원 특활비 사적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했다.
김 여사는 이날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가 자신의 명품 구입에 사용됐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또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이 내부 회의에서 "왜 (MB) 내부에서 터진 문제를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데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했다.
한 측근은 통화에서 "정치보복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것이냐"면서 "가치가 없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측근들도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분노가 정의인가' 글에서 "봉건 왕조시대에는 분노가 곧 정의였다. 왕의 분노가 산천초목을 떨게 했고 3족을 멸하고 9족을 멸했다"면서 "조선왕조가 망한 지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제왕적 대통령의 분노가 산천초목을 떨게 하고 정의를 지켜야 할 검찰은 대통령의 분노를 숫돌 삼아 칼을 갈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사이비 언론들은 장구 치고 북 치고, 완장 부대들은 제철을 만난 듯이 설치고 어용학자들과 어용 언론인들은 대통령의 분노가 정의라고 연일 핏대를 세운다"면서 "이게 나라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분노는 그들의 정의일 수 있지만, 국민의 정의는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의다"면서 "먼저 표적을 만들고 온갖 기획을 해서 사람을 잡아가려고 하는 것이 정치보복이 아니면 한국어 사전에서 정치보복이란 낱말은 지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친이계 직계로 통했던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문 대통령의 '분노' 발언에 대해 "현 정권이 설정한 잣대에 따라 지난 정권을 공격하는 데 검찰이 총대를 멨다는 비난이 가중되고 있는데 현직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현직 대통령 간의 정면충돌, 양 진영 간 충돌로 가는 것이 국정 운영이나 국민 통합을 앞장서 추진해야 할 대통령과 정부 입장에서 바람직하겠느냐는 걱정을 여권과 정부 내부에서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것 같으냐'라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검찰이 상식에 입각해 수사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친이계에서 이탈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고비가 한 3번 있었다"며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들이 필요하다"고 말해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선거 과정 뒷수습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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