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일 하고 싶어" 피지 국적 포기하고 입대한 엄 로날드 대위
(영암=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군인이 돼서 사람을 살리는 일, 내 행복과 더불어 남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해군 제3함대사령부에는 엄 로날드(28·Ronald Adams Um)대위 라는 낯선 이름의 까만 머리 한국인 장교가 근무하고 있다.
3함대 구조작전대장인 엄 대위가 로날드 애덤스라는 긴 이름을 갖게 된 배경에는 한국군이 되기 위해 피지 국적을 포기한 사연이 있다.
키 181cm에 다부진 체격의 엄 대위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 가족과 함께 피지에 이민 간 이후에도 운동을 계속하며 군인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되는 꿈을 키웠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군 장교 출신이었다. 엄 대위의 아버지도 한국에서 공군으로 제대 후 미국에 건너가 영주권을 취득, 미국 육군으로 복무했다.
엄 대위는 아버지가 주한미군으로 복무할 당시 용산 미군병원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지만 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피지로 떠났다.
피지에서 고교 졸업을 앞두고 가까운 호주나 뉴질랜드 대학 진학도 고려했지만 조국의 군인이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한국 사관학교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사관학교에 재외국민 전형이 없어 엄 대위는 한국해양대 해사대에 입학해 학군단(ROTC)으로 활동했다.
해군 임관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성년이 되자마자 피지 국적을 포기했고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엄 대위는 2013년 임관 직후 해난구조대(SSU)에 지원하며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30주간 이어진 훈련 동안 6km 이상 수영과 수심 40m 잠수 및 수중 탐색, 20km 구보 등을 이겨냈다.
2013년 12월과 2016년 9월 각각 1년씩 전투함에도 탑승하며 근무했다.
출동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4시간씩 하루 두 차례 당직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에도 고유 업무를 하느라 하루 3시간밖에 못 자는 생활이 반복됐다.
엄 대위는 엄청난 업무와 훈련 강도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더 많다고 전했다.
그는 "가거도 헬기 추락 사고 당시 상황실에 근무하며 실종 해경 수색 작업에 동참하기도 했다"며 "이후 사람을 살리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어 항공 구조사 교육도 수료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군 3함대 구조작전대장으로 복무 중인 엄 대위는 부대원 20여명을 이끌고 혹한기 내한훈련을 하고 있다.
거의 매일 영하를 넘나드는 날씨에 상의를 탈의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구보를 하고 바닷물에 뛰어든다.
엄 대위와 대원들의 얼굴에서는 살을 째는 듯한 추위보다는 "해냈다"는 기쁨과 자신감이 넘쳤다.
엄 대위는 "해난구조대는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부대다. 특공대라는 자부심뿐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안고 정진하는 군인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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