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남대천에 일본에서 방사된 황새 머물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황새 '스스무'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다고 하니 무엇보다 기쁩니다."
강원 강릉시청 박효재 주무관은 최근 일본 효고현 야부시 이사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보낸 감사의 내용이 듬뿍 담긴 손편지를 받았다.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스스무가 짝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황새 소식 기다릴게요. 우리는 황새를 사랑합니다' '짝과 함께 지내고 있다니 기쁘게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편지에는 황새를 사랑하는 아이들 마음이 가득 들어있다.
강릉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에서는 지난달 13일부터 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2마리가 관찰됐다.
생태 관련 업무를 담당한 강릉시청 박 주무관이 황새를 발견했다.
그중 한 마리는 다리에 2개의 벤딩을 하고 있었다.
조사결과 벤딩(고유번호 J0136)을 한 황새는 작년 5월 일본에서 태어나 같은 해 7월에 방사된 수컷 개체로 확인됐다.
방사 후 1년 넘게 행방불명됐다가 강릉에서 관찰된 것이다.
황새는 남대천 얕은 물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숭어를 잡아먹는 등 활발한 먹이활동을 한다.
박 주무관은 일본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일본에서 방사할 때 학생들이 '스스무'라고 이름을 붙인 황새라는 새로운 사실도 현지 언론 보도에서 밝혀졌다.
자신들이 방사한 황새가 1년 가까이 살아 있는지 몰라 걱정하던 차에 강릉에서 황새가 잘 있는 것을 알고는 기뻐하며 박 주무관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박 주무관은 "자신들이 방사한 황새가 잘 있는 것을 알고 아이들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이 편지에 모두 들어있다"라며 "황새가 강릉에 있는 동안 건강하게 지내고 내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보호에 더 신경 쓰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3월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희귀종 철새인 황새는 세계적으로 2천500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네트워크를 만들어 세계 각국이 보호와 복원에 나설 정도의 희귀 철새이자 길조, 진객으로 대접받는다.
강릉시는 그런 황새가 8년 만에 강릉에 모습을 나타내고 한 달 넘게 활발한 먹이활동을 하며 머물자 황새의 겨울철 보금자리가 될 것을 기대한다.
강릉에서는 2005년과 2007년, 2009년 이후 황새 관찰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껏 1∼2일 머문 것이 고작이었으나 이처럼 오랜 기간 머문 것은 처음이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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