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롱디, 2집 미니음반 '그리워라' 발매
"3월 콘서트 벌써 매진…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 꿈꿔요"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롱디'의 노래를 즐기고 싶다면 굳이 홍대 인디신의 팬이 아니어도 좋다. 가수 박혜경, 신현희와김루트의 신현희, 걸그룹 위키미키의 김도연과 함께 노래할 정도로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팀이니까.
이름도 심상찮다. 장거리 연애라는 뜻의 '롱 디스턴스'(Long Distance)의 앞글자를 땄다. 아련하면서도 씁쓸한 양가감정이 공존하는 팀명처럼 이들의 음악은 묘한 매력이 있다.
롱디는 프로듀서 한민세(30)와 보컬 민샥(30·본명 김민석)으로 구성된 동갑내기 듀오다. 이달 초 2집 미니음반 '그리워라'를 발표한 롱디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취업 시즌에 자기소개서를 쓰잖아요. 취미란에 쓸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컴퓨터로 음악 만드는 걸 배워서 자소서에 써야겠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죠."(한민세)
"2008년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래자랑에 나갔다가 심사위원이던 가수 김연우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 밑에서 2년간 노래를 배우면서 뒤늦게 음악을 시작했어요."(민샥)
두 남자는 스물일곱이던 2015년 서로를 만났다. 한민세는 인터넷에 올린 음악이 음반기획사 눈에 들면서 민트페이퍼 편집음반 '브라이트#3'에 곡을 실을 기회를 얻었다. 급하게 보컬을 찾다가 엠넷 '보이스코리아2'에 출연한 민샥에게 다짜고짜 연락했다. 민샥은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하며 지쳐있을 때였다. 생면부지의 이들은 그렇게 한팀이 됐다.
민샥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민세는 제 뮤즈이자 친구이자 비즈니스 동지"라고 웃어 보였다.
취향은 사뭇 달랐다.
한민세가 중학생 때 처음 산 앨범은 원타임의 '원스 앤 포 올'(Once N 4 All). 그는 "음악을 갓 시작할 때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처럼 맘대로 살고 싶었다"며 "지금은 프로듀서 윤종신처럼 꾸준히 음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민샥의 어릴 적 롤모델은 박효신이었다.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을 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다프트 펑크, 체인스모커스는 보컬리스트가 아님에도 무대를 장악하지 않나. 우리도 그런 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딪힘도 있었다고 한다.
민샥은 "솔직한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자꾸 기성 스타일을 따라하더라"며 "민세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민세도 "곡의 착상은 대부분 제가 하지만 민샥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 노래는 사장된다"며 "서로 존중해서 만든다"고 거들었다.
2집 미니음반의 타이틀인 '그리워라' 얘기도 물었다. 롱디의 팬들에게 이 음반은 당황스러울 수 있다. 통통 튀는 신스팝 사운드의 히트곡 '따뜻해줘' 때와 확 달라진 분위기 탓이다. 이런 지적에 롱디는 내심 서운함을 내비쳤다.
"'따뜻해줘'를 낼 때쯤 비슷한 노래를 두세 곡 발표했었는데, 그 이후로 주변에서 롱디를 신스팝 듀오로 규정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노래를 만들 때 어떤 '형식'으로 할 지보다 어떤 '정서'를 전달할지 먼저 생각해요."(한민세)
"몇 년 전 롱디는 발랄하고 말랑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는 듯한 연애감정을 노래했어요. 지금은 눈빛만 봐도 생각을 읽어내는 성숙함을 노래하고요. 형식이 아니라 메시지가 달라진거죠."(민샥)
이제까지 발표한 노래 중에 가장 아끼는 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민세는 2집 수록곡 '날이 좋아서'를, 민샥은 2015년 낸 싱글 '오드아이'를 각각 꼽았다. 민세는 "내가 생각해도 가사를 너무 잘 써서 소름이 돋았다"고, 민샥은 "그 누구도 따라 하지 않고 담백하게 불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롱디는 오는 3월 11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표가 매진됐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두 사람의 새해 목표는 더 자주 공연하는 것.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정말 서보고 싶어요. 원곡의 전자사운드를 리얼사운드로 바꾸면 정말 멋질 것 같거든요. 3월 콘서트에서도 저희 노래 몇 곡을 재즈로 편곡해 선보일 테니 기대해주세요."(민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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