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의 전통적 신분체계인 카스트는 출생으로 정해지며 결혼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인도 대법원이 밝혔다.
20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하층 카스트 쿼터를 적용받아 교사가 된 여성이 실제로는 상층카스트였다는 이유로 교사 임용이 취소된 것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서 최근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카스트는 출생으로 정해진다는 점에 논란이 있을 수 없다"면서 "지정카스트(SC·이른바 '불가촉천민'(달리트)에 해당)에 속하는 사람과 혼인했다고 해서 SC가 아닌 사람의 카스트가 SC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5년 인도 연방정부산하 공립학교 기구인 켄드리야 비디알라야는 소속 학교에 21년여간 재직 중이던 한 여교사가 SC가 아님에도 1993년 임용당시 SC에 할당된 교사 쿼터를 이용해 임용됐다는 이유로 임용을 취소했다.
학교 당국은 조사결과 이 여교사가 SC가 아니라 상층카스트인 '아가르왈' 카스트에 속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SC에 할당된 쿼터를 적용받은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당 여교사는 1991년 SC에 해당하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자신도 SC에 속하게 됐고, 교사임용 당시 판사로부터 자신이 SC에 해당한다는 증명서도 발급받아 제출했다면서 임용 취소에 반발했다.
이에 대법원은 이 여교사의 카스트는 여전히 아가르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여교사가 카스트 증명서를 발급받았을 때 부정한 행위를 하지는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20여년간 교사생활을 했기에 임용 취소명령을 강제 퇴직 명령으로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달리트(불가촉천민)로 크게 구분되는 힌두 카스트 기준에다 지역과 직업, 성(姓) 등에 따라 수천 개의 세부 카스트 구분이 존재한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무렵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던 인도는 독립후 1950년에 제정한 헌법에서 평등권 외에 별도로 카스트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
나아가 그동안 교육 등에서 소외된 하층 카스트를 지정해 정부가 이들에게 학교 입학 등에서 특별한 배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최근에는 일부 상위 카스트들이 대학교 입학이나 공무원 임용에서 SC 등 하층 카스트에 배정된 쿼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받고도 의대 등 희망 대학을 갈 수 없고 공무원이 되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자신들도 쿼터를 적용받는 하위 카스트에 포함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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