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시골 농장에 사는 어느 가족의 생일파티를 겸한 저녁식사 자리. 가족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어딘지 괴이한 표정이다. 식탁 한쪽엔 양팔을 결박당한 남자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앉아 있다. 제드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은 선물로 받은 전기톱을 들고 남자에게 다가간다.
'레더페이스'는 지난해 별세한 토브 후퍼 감독의 명작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에서 사람 얼굴 가죽을 뒤집어 쓰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살인마 레더페이스의 탄생을 그린 영화다. 레더페이스의 살인행각은 그동안 속편·리메이크·아류작 등 여러 형태로 변주됐다. 영화 '레더페이스'는 한 소년이 어떻게 끔찍한 살인마로 변모했는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영화는 레더페이스의 유년 시절 가정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소년 제드는 동물 탈을 뒤집어 쓰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집으로 유인하는 등 가족들로부터 '살인 교습'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다가 보안관 할(스티븐 도프 분)의 딸이 희생당하면서 정신병원에 격리된다.
정신병원에서 이름을 바꾸고, 몰라보게 커버린 소년은 폭동을 틈타 탈출한다. 간호사 리지(바네사 그레이즈)를 인질로 잡고 정신병원을 빠져나온 소년과 동료들은 보안관 할에게 쫓기게 된다. 10대 청소년들이 자동차 여행 중 만난 레더페이스에게 차례로 살해당한다는 원작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다.
소년은 마침내 집에 도착하고, 어머니 베르나(릴리 테일러)는 아들에게 전기톱을 건넨다. 소년의 살인 욕망은 어린 시절 가족들에 의해 길러진 것이었다. 소년은 살인 욕망을 되살리려는 어머니와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권하는 리지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결국 어머니 쪽을 택한다. 레더페이스가 왜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었는지, 얼굴 가죽은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설명도 나온다.
레더페이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모두 상상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원작의 모티프가 된 연쇄살인마 에드 게인은 광적인 신앙심을 가진 어머니 아래에서 사실상 외부와 격리된 채 자랐고, 어머니가 사망하자 무덤에서 파낸 남의 시신으로 장식품을 만드는 엽기행각으로 유명하다. "누구도 우리 가족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어머니 베르나의 절규, 정신병원을 빠져나온 소년소녀들이 연출하는 시체성애는 실존인물 에드 게인에 관한 사실들을 반영했다.
해머로 머리를 내리찍고 난자당한 시신을 여과없이 비추는 등 최근 보기 드문 정통 고어물이다. 그러나 '쏘우' 시리즈 등으로 단련된 고어물 열혈 팬이라면 자극의 강도가 크지는 않을 듯하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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