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륜 전기차 규제 풀어야"…문 대통령 사례 들며 규제혁신 박차(종합)

입력 2018-01-22 17:43   수정 2018-01-22 17:45

"3륜 전기차 규제 풀어야"…문 대통령 사례 들며 규제혁신 박차(종합)

현장 어려움도 통계로 제시…"기업인 좌절, 정부도 절실히 느껴라"
"적극적 행정은 파격적으로 보상"…공무원 사회 개혁도 당부
토론회 현장에는 진짜 모래 퍼다가 '샌드박스' 전시해놓기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핵심인 신기술·신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돼 온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새해에 '삶의 질' 개선을 국민이 느끼게 하겠다는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신기술·신산업을 기반으로 한 드론, 자율주행차 등 핵심 선도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이라는 주제로 열린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규제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와 11월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과감한 규제혁신을 주문했는데도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듯 상당히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규제혁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전기자동차를 육성하자면서 1, 2인승 초소형 전기차를 한동안 출시하지 못했다"며 "외국에서 단거리 운송용으로 널리 사용되는데도 국내에서는 기존 자동차 분류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출시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륜 전기자동차 같은 새로운 창의적 형태의 자동차 출시를 제한하고 있는데 규제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협동작업장 안에 사람이 있으면 로봇은 반드시 정지상태여야 한다는 규정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규제 때문에 사람과 로봇이 공동작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한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사람과 로봇이) 공동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협동로봇산업이 발전하고 스마트 공장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더딘 규제혁신 탓에 신산업·신기술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전할 때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소관 정부부처가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가 핀테크,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지난 1년 사이 규제 때문에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는 응답이 절반이나 됐다"며 "특히 핀테크 분야는 7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현장규제 개선 과제를 분석해보니 법령이나 제도개선 없이 부처의 적극적 해석만으로 풀 수 있는 규제가 32%에 달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이나 혁신적 도전자들이 겪었을 좌절과 실망감을 정부가 함께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혁명적 접근'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근본 단계에서부터 규제혁신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근거 규정이 있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주길 바란다"며 "기존 법령에서 규제하더라도 시장에서 상품화가 가능한지, 최소한 시범사업이라도 하는 것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 성패의 키를 쥔 공무원 사회의 관행까지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규제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규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며 현장 목소리를 외면해 온 일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관행을 고치고 잘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공무원들의 의욕을 북돋우면서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신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가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후에 감사나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인 행정을 창출하는 공무원에게는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는 방안도 강구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규제 샌드박스'를 상징하는 모래상자가 놓여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4차산업혁명회 첫 회의에서 "신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놀이터의 모래밭처럼 일정한 환경에서 규제를 풀어 신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혁신적·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즉 임시허가를 내주고 기존 규제를 탄력적으로 면제·유예·완화해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토론회에 등장한 모래상자에 대해 "신산업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규제를 풀겠다는 '규제 샌드박스'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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