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평화협상 모색 위한 콘퍼런스 개최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중앙아시아에서 고립주의 정책을 고수하던 우즈베키스탄이 이웃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십 년째 계속되는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3월 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무장단체 탈레반의 평화협상을 주선하기 위해 지역 열강들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대표단이 참여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근거로 활동하는 수니파 원리주의 테러조직으로 1996년 합법 정부를 수립했다.
그러나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를 비호한다며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2002년 축출돼 친미 정부, 미군과 16년째 유혈분쟁을 벌여왔다.
우즈베키스탄의 압둘아지즈 카밀로프 외교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소련 침공기를 포함해) 40년째 계속되고 있다. 내전이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평화적 해법이 있어야만 우리는 더 강화된 역내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밀로프 장관은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이번 콘퍼런스 계획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논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즈베크의 입장을 전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아프간 평화와 안보 증진 방안을 논의할 평화 회담 재개를 위해 지난해 아프간 정부가 시작한 '카불 프로세스'의 두 번째 자리가 된다.
대화의 기본 틀을 마련하기 위한 첫 라운드는 2월 말 카불에서 열릴 예정이다.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독재자로 장기 집권한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이 타계하자 당시 국무총리로 권한대행을 맡았다가 2016년 12월 대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그는 카리모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런 정책의 하나로 국경 봉쇄를 풀어 횡단을 허용하고 타슈켄트와 이웃국 수도를 잇는 직항편을 개설했다.
또 주변국들과 교역 확대를 약속하고 역내 극단주의 무장단체 소탕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인구 3천만명 규모의 무슬림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에 진출해 유혈분쟁에 가담하고 있는 자국 무장단체를 소탕하려 애써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무장세력은 해외 곳곳으로 진출해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간 우즈베키스탄 출신 사이풀로 사이포프(30)는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에서 행인을 향해 차량을 돌진해 8명이 숨졌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망명신청자가 트럭을 몰고 행인에 돌진해 5명이 숨졌다.
카밀로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며 특히 아프간 내전과 관련해 "이 지역에 관한 미국 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우리에게도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미 정부가 중동 문제에 더 집중하는 사이 중앙아시아와 아프간 상황이 곪을 대로 곪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새 우즈베크 정부의 정치개혁에 따라 많은 정치범들이 석방되면서 미국의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우려를 제기한 인권문제도 해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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