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항내 CCTV 증거 채택나서 …변호인 "살해동기없다" 주장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들에 대한 재판이 7주만에 재개됐다.
22일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재개된 관련 공판에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소속 기술자 3명이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작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정식 증거로 채택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서다.
해당 영상은 검찰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0·여)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인 4명과 함께 김정남을 살해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시티와 도안은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신경작용제를 바른 뒤 신속히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기술자들은 공항 보안시스템 서버에서 해당 영상을 어떻게 추출해 수사기관에 제출했는지 등을 설명했다. 서버에 저장돼 있던 원본 영상은 보존기간(30일)이 지나 자동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변호인단은 시티와 도안이 김정남을 살해하는데 가담할 이유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검찰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시티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그들은 VX와 CCTV에만 사건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검찰은) 너무 단순한 접근법을 취했고, 이 여성들에게 (김정남을 살해할) 동기가 있는지는 살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티와 도안은 김정남이 살해된 뒤에도 현지에 남아 있다가 같은달 15일과 16일 잇따라 체포됐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도구로 이용된 뒤 버려졌다면서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실제 이들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북한인 리재남(57)과 홍송학(34), 리지현(33), 오종길(54)은 범행 직후 전원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범행 당시 입었던 옷가지 등을 씻지도 않은 채 방치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점도 이들이 '순진한 희생양'이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현지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유죄가 인정되면 두 사람은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은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 철'(김정남의 여권상 가명)이란 이름의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고 주장하며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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