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과 관련해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논의는 무성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규제개혁 문제에 당국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문 대통령이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규제개혁 관련 토론회를 주재한 것도 처음이다. 토론회에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고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국무조정실은 토론회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 출시를 장려하기 위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사전 허용·사후 규제)와 '규제 샌드 박스'(출시 이후 일정 기간 기존 규제 면제)를 본격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고, 참석자들은 심의를 거쳐 추진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 샌드 박스 적용을 위해 38건의 우선 과제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자동차 분류체계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내시장에서 출시가 안 되는 1, 2인승 초소형 자동차나 삼륜 전기자동차 등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또 이식 가능한 장기·조직의 종류가 현재 13종에서 15종으로 확대되면서, 최근 이식 기술 개발에 성공한 폐와 팔도 합법적으로 이식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런 개별 과제 외에 ICT(정보통신기술), 핀테크, 산업융합, 지역 특구 분야에서 규제 샌드 박스를 도입할 수 있게 법제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월 임시국회 심의를 목표로 정보통신융합법, 금융혁신지원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등 4개 법률의 제·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혁신성장을 이끌 선도 산업을 정하고도 낡은 규제와 관행으로 성과를 못 내면 혁신성장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고 지적하고 "(규제혁신의) 핵심은 신산업·신기술에 대해 우선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규제혁신에서 성패의 열쇠를 쥔 공무원 역할을 강조하면서 "부처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기업의 도전을 돕는다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공무원이 신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 발생하는 문제는 사후 감사나 결과 책임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이 법령 개정 없이 해석만 적극적으로 해도 풀릴 수 있는 규제가 전체의 32%나 된다는 정부통계도 소개했다.
정부 추진안이 확정되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조한 만큼 규제혁신 노력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규제혁신은 계획 못지않게 신속한 실행이 중요하다. 미국·프랑스·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4차산업 혁명 선점을 위해 치열한 규제혁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움직임은 너무 더디다. 국회에서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특별법 등이 통과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여야 간 시각차도 크다. 정부가 이번에 큰 틀의 규제혁신 추진안을 마련한 만큼 정치권도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제·개정 심의를 신속히 진행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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