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가상화폐 논란에 몸 낮춘 靑…"비판 겸허히 수용"

입력 2018-01-22 18:51   수정 2018-01-22 20:15

단일팀·가상화폐 논란에 몸 낮춘 靑…"비판 겸허히 수용"
문 대통령 취임후 두번째로 낮은 지지율 기록…"젊은층 이탈 눈에 띄어"
"단일팀 과거처럼 이견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특별한 현상 발생"
"정부 논리 이해해달라 요구는 무리, 우리도 반성"…"감동적 결과 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22일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과 가상화폐 논란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하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면서도 국민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2년 차에도 이례적으로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와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문제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공정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지지율이 눈에 띄게 빠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전국 성인 2천5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4.6%포인트 내린 66%를 기록했다. 이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여파로 취임 후 최저치를 보였던 작년 9월의 65.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특히 청와대는 여론조사에서 핵심 지지층인 30대 지지율이 9.9%포인트나 하락하는 등 젊은 세대의 이탈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여론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 상황이 별일 아니라는 듯 지나칠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가상화폐나 단일팀 구성에 관한 20∼30대의 정의롭지 못하다는 여론과 젊은층의 이탈이 조금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라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책을 잘 세운다면 또 평가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경우 정부도 인식했다시피 도박의 성격이 없지 않아 규제가 절실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지만, 그 대응과정에서 정부 엇박자가 표출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적잖이 훼손한 것이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초강경 규제 움직임을 놓고 '부동산으로 돈을 번 기성세대와 다른 게 무엇이냐'는 감성적인 주장까지 회자되는 현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더욱 불을 붙인 것은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놓고서다.
북한 선수단 가세로 한국 선수가 출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공정과 정의'를 모토로 한 문 대통령의 철학과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우선 청와대는 단일팀 구성이 다급히 이뤄졌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참가가 막판에 결정된 터라 그것을 전제로 우리 선수들과 먼저 논의할 수 없었다"며 "조급성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성공을 위한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다급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과거처럼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공정하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20∼30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설사 이견이 있어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어 이해하리라 봤는데 특별한 현상이 발생했다. 20∼30대가 사안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경험이 더 세밀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팀 문제를 남북관계 측면에서만 바라봤지 변화한 시대와 세대에 맞게 여러 측면을 두루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을 사실상 고백한 것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이 문제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마당에 말로 설득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취업절벽에 막혀 청년실업에 내몰린 상황에서 가상화폐로 현실을 타개하려는 절박한 입장도 이해된다"며 "단일팀 문제도 우리의 논리가 옳으니 이해하라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우리도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여론을 수용해야 하지만 현실이 현실인 만큼 단일팀 구성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그게 국익뿐 아니라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적) 합의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팀 구성 결과가 우리 국민에게 감동스럽게 나타나기를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경기 도중 넘어졌는데 서로 한마음으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등 과정에서 결과까지 올림픽 정신 본질에 합당한 모습으로 비친다면 국민도 그 과정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같은 기회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만큼 국민께서는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 데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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