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랭킹 이형택의 36위도 '가시권'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올해 22세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0(7-6<7-4> 7-5 7-6<7-3>)으로 제압,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진출했다.
이 대회 전까지 한국 선수가 테니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65),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42)의 16강이었다.
이로써 정현은 이덕희, 이형택 등 '한국 테니스의 전설'을 넘어 이제 메이저 대회 4강 진출까지 바라보게 됐다.
1981년 US오픈에서 16강에 진출했던 이덕희 여사는 지금도 국내에서 이덕희배 주니어 대회가 열리고 있을 정도로 한국 테니스를 세계 무대에 사실상 처음 끌어 올린 주인공이다.
테니스 저변이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던 것은 물론 여러 환경 면에서 열악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 현역으로 활약한 이덕희 여사는 20살이던 1973년 호주오픈 2회전에 진출했고, 1983년에는 프랑스오픈 여자복식 3회전까지 올랐던 한국 테니스의 선구자였다.
또 지금까지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단식에서 우승한 유일한 한국 선수가 바로 이덕희 여사다. 이 여사는 1982년 1월 애본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투어 대회 정상을 밟았다.
이 여사의 단식 최고 랭킹은 1983년 47위였다.
이 여사의 뒤를 이은 것은 이형택이었다.
이형택은 2000년 US오픈에서 '깜짝 16강'을 달성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에서 주로 활동하던 이형택은 2000년 US오픈 16강에서 당대 최강으로 군림하던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상대하며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쳤다.
이후 2003년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ATP 투어 대회 정상에 우뚝 선 이형택은 2007년에도 다시 한 번 US오픈 '16강 신화'를 쓰며 한국 테니스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형택과 비슷한 시기에 조윤정(39)이 WTA 투어에서 활약했다.
조윤정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는 2002년과 2005년 3회전(32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으나 세계 랭킹으로는 이덕희 여사보다 앞선 45위를 2003년에 기록했다.
또 투어 대회 단식 준우승 3회에 복식 우승 1회 등의 성적을 냈다.
이제 정현은 이 '한국 테니스의 전설'들이 쌓아놓은 업적을 뛰어넘으며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 2003년 이형택 이후 14년 10개월 만에 투어 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이제 메이저 대회 8강이라는 한국인 '전인미답의 고지'까지 밟았다.
이번 대회 8강 진출로 세계 랭킹 40위 안팎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현은 이형택이 2007년에 달성한 개인 최고 랭킹 36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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