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가 오늘 이후로 붐이 불었으면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격파한 뒤 코트를 거닐며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잠시 멈춰 선 정현은 관중석을 향해 큰절했다. 이색적인 광경에 외신 사진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렀다.
경기가 끝난 뒤 정현은 "최근 저를 도와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팀, 가족이 모두 모여있는 곳으로 절했다. 언젠가는 멋진 코트에서 승리하면 그런 걸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2016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0-3으로 패했던 정현은 2년 만에 3-0으로 완벽하게 되갚았다.
정현은 경기 직후 코트 인터뷰에서 "조코비치가 내 우상이었다"고 말했고, 조코비치는 "정현은 오늘 이길 자격이 충분했다"고 추켜세웠다.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단식 8강에 진출한 정현은 24일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과 4강 티켓을 놓고 다툰다.
아래는 정현과 일문일답.
-- 우상 조코비치를 꺾었다.
▲ 작년 팔꿈치 부상 이후 제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 이런 큰 경기에서 롤모델로 삼은 선수와 경기해 승리해서 더욱 값진 것 같다.
-- 언제 승리를 확신했는가.
▲ (조코비치의) 마지막 포인트가 아웃된 순간이다.
-- 오늘 포핸드가 좋았다.
▲ 이번 경기를 통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연습한 것이 효과를 봤다.
-- 이번 대회 첫 야간경기를 치렀다.
▲ 야간경기를 한 덕분에 쉴 시간이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5세트를 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이겨내야 한다.
-- 절한 건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최근 저를 도와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팀, 가족이 다 모여있는 곳이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막내처럼 행동하지 못했다. 표현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절이 떠올랐다. 언젠가는 멋진 코트에서 승리하면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 승리 후 카메라에 '보고 있나'라고 사인한 건 무슨 의미인가.
▲ 전 삼성증권 (김일순) 감독님한테 약속했다. (보고 있나) 위에는 캡틴이라고 썼다. 삼성증권이 해체되고 감독님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이렇게나마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 오늘 경기에 전략이 있었나.
▲ 코치가 주문한 건 상대가 많은 경험이 있는 선수라 리액션에 영향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 것에 신경 안 쓰고 경기하려고 했다.
--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 8강에 올랐다.
▲ 한국 테니스가 저로 인해 오늘 이후로 붐이 일어났으면 한다. 많은 꿈 가운데 하나가 이뤄졌다. 재작년 윔블던을 포기하고 4개월 동안 경기에 못 뛰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게 오늘 같은 날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 2년 전과 지금의 조코비치를 평가한다면.
▲ 저 같은 선수가 조코비치를 평가하는 건 그렇다. 다만 그가 말한 것처럼 좀 더 성숙하게 하려고 했다. 테니스 팬이나 유망주가 저를 보고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한다.
-- 경기가 끝난 뒤 조코비치가 뭐라고 말했나.
▲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 다음 경기도 잘하라고 이야기해줬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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