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APHOTO path='C0A8CA3D000001612087E1DD000301EF_P2.jpeg' id='PCM20180123000019044' title='트럼프, 수입 세탁기ㆍ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 결정(PG)' caption='[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美서 세탁기 만들라" 메시지 풀이…삼성·LG 현지화 전략에 '시간 필요'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미국 정부가 22일(현지시간) 한국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하면서 국내 전자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동안 일관되게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조해온 만큼 세이프가드 발동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견돼 왔다.
더욱이 최종적 관세 수준이 미 무역위원회(ITC)가 권고한 두 가지 옵션 중 더 무거운 쪽으로 결정되면서 한국 전자업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됐다.
ITC는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을 120만대로 정하면서 향후 3년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에는 관세 50%,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를 부과하도록 했다.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지 말자'는 의견과 '첫해에 20%, 2년 차에 18%, 3년 차에 15%를 물리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미 정부는 최종적으로 TRQ 물량과 그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은 ITC 의견을 수용하면서 TRQ 이내 물량에 대한 관세를 1년 차 20%, 2년 차 18%, 3년 차 16%로 정해 ITC 권고안보다 소폭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두 회사는 합쳐서 연간 약 300만대의 세탁기를 미국에 수출해 왔는데, 이 물량 전체에 최소 20%, 최대 50%의 관세가 붙게 됐기 때문이다.
관세가 50% 매겨질 경우 그만큼 소비자 가격도 수직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상실을 뜻한다.
전자업계는 관세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는 없으므로 업체들이 일정 부분 손해를 떠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정 부분 소비자 가격 인상 역시 불가피한 것이어서, 두 회사로서는 판매 감소에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미 정부는 또 세탁기 부품에도 TRQ를 적용해 첫해는 쿼터를 5만개로 하면서 그 초과분에 대해 50% 관세를, 2년 차에는 쿼터 7만개 초과분에 관세 45%, 3년 차에는 쿼터 9만개 초과분에 관세 40%를 물리기로 했다. 쿼터 내 물량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전자업계는 이번 미 정부의 결정이 결국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을 모두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한 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고율의 관세 부과 결정은 '미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메시지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州) 뉴베리에,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각각 세탁기 공장을 건립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뉴베리 공장의 준공식을 하고 이미 제품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전자는 계획보다 한두 달가량 준공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클락스빌 공장에 대해 당초 내년 초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겨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신속한 대처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현지 공장 가동을 서둘러도 단숨에 수출 물량 전체를 현지에서 전량 소화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생산능력 증대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공장을 풀가동해 연간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는 시점을 2020년으로 잡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미국 현지공장 가동에 들어갔다지만 여전히 수출 물량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당분간 세탁기의 미국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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