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우뚱 오피스텔'은 인재…공사·감독 총체적 부실

입력 2018-01-23 10:16   수정 2018-01-23 20:55

부산 '기우뚱 오피스텔'은 인재…공사·감독 총체적 부실

부산경찰청, 시공사 대표·공무원 등 6명 입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사하구의 '기우뚱 오피스텔'은 연약지반 보강작업 지시를 무시한 채 지어진 데다, 인근 신축아파트에서 안전대책 없이 터파기 공사를 하는 바람에 1m 이상 급격하게 기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피스텔과 신축아파트 감리자는 부실시공을 방조·묵인했고, 공사현장 관리인을 허위로 등재하는 등 건축 과정에서의 관리·감독 역시 부실했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오피스텔 시공사 대표 A(61) 씨와 시행자 B(64) 씨, 감리자 C(58)·D(48)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관할 사하구청 공무원 E(51) 씨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시공사 대표 A 씨는 부산 사하구 D 오피스텔(9층·16가구)을 지은 데 이어 바로 옆에 신축 아파트(지상 13층·지하 1층 6개 동 275가구)를 짓는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공사로 오피스텔 건물이 최대 105.8㎝까지 기울어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오피스텔은 낙동강 하구 지역의 연약지반 위에 들어섰음에도 건물 하중을 견딜 만한 조치를 하라는 구조 기술사의 과업지시를 무시한 채 건축됐다.
연약지반을 보강할 작업에 필요한 지질조사를 하지 않았고, 건물이 도시철도와 2.5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사전신고 대상이었지만 이마저도 어기고 공사를 강행한 혐의가 확인됐다.
D 오피스텔이 기울어진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인근 신축아파트는 D 오피스텔과 거리가 7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침하현상을 막을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터파기 공사에서도 흙막이 벽을 보강하거나 콘크리트 외벽을 설치하지 않고 단순히 지하수를 퍼내는 공사만 반복해 지하수와 토사 누출을 야기했다.
결국 이로 인한 지반이 침하하면서 D 오피스텔이 급격하게 기울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D 오피스텔 쪽 흙막이 벽을 물을 막는 차수 효율이 높은 공법으로 설계해놓고도 정작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차수 효율이 낮은 공법을 적용했고, 철근 말뚝 수도 줄이는 등 부실시공이 드러났다.

이렇듯 D 오피스텔과 신축아파트 공사의 부실시공가 진행되는데도 감리사들은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했다.
공사현장의 안전을 위해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할 현장관리인은 자격증만 빌린 관리인을 허위로 서류에만 올리고 실제로 현장에는 배치하지 않았다.
특히 신축아파트 설계자와 감리자가 동일인이고 시공자인 B 씨와는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드러나는 등 인적 유착도 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하구청 공무원 E 씨는 D 오피스텔과 같은 필로티 건축물의 경우 구조 안전성 심의를 위한 건축 구조분야 전문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고 건물이 기울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한 뒤에도 시정·보완,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시에 6층 이상 필로티 건축물의 구조심의를 열지 않은 사례를 특별사무 감사하도록 의뢰하고 사하구에는 D 오피스텔 건설안전 재점검과 주변 건물의 정밀 안전진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건물이 최대 105.8㎝까지 기운 D 오피스텔은 이후 복원공사를 벌여 지금은 원래 위치의 3㎝ 이내로 회복된 상태다.
하지만 대피했던 오피스텔 주민들은 불안에 떨다가 결국 계약 해지를 하고 모두 이사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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