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대 75만 명으로 추산되는 로힝야족 난민의 미얀마 송환 개시가 지연되는 가운데,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머무는 로힝야족 난민 원로를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AF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와 접경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발루칼리 난민촌에서 로힝야족 난민인 유수프 알리(60)가 살해당했다.
현지 경찰서장인 이크발 호사인은 그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고 전했고, 또 다른 경찰 관리는 그가 난민촌의 로힝야족 지도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난민촌 내 로힝야족 대표를 맡은 인사의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인근 타잉칼리 난민촌에서 모함마드 유수프라는 로힝야족 원로가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현장을 목격한 그의 아내 자밀라 카툰(35)은 "20여 명의 무장 괴한들이 복면을 쓰고 집에 들어와 남편의 머리 등에 총격을 가했다"며 "그들은 로힝야족 언어로 왜 자신들의 이름을 송환 대상자에 포함시켰느냐고 따졌다. 그들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매체인 다카 트리뷴은 살해된 모함마드 유수프를 난민 송환에 찬성하는 로힝야족 지도자로 묘사하면서, 최근 잇따르는 난민 원로 피살사건이 본국 송환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실무협의를 통해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 간 유혈 충돌이 시작된 지난 2016년 10월 이후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을 2년 이내에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경험한 대다수 난민은 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은 미얀마 송환을 꺼리고 있다. 수백 명의 난민들이 송환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미얀마측이 방글라데시에 송환 대상자 명단을 요청했지만, 난민 대표들은 명단 제출을 꺼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군인들이 난민 대표를 협박해 송환 대상자 명단 작성을 강요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방글라데시 정부는 23일로 예정됐던 난민 송환 개시를 잠정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발적인 송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송환 개시 연기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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