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밖서 美 사령부-잠수함 통신 감청…미국도 정찰기 동원 '맞불 첩보전'
홍콩 SCMP "中, 美봉쇄선 뚫고 태평양 중심부 진출하려는 의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서태평양 최대의 미군기지가 자리한 괌 인근에 초강력 음파 탐지기를 설치해 잠수함 동향을 정탐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은 2016년부터 태풍, 지진 등의 발생이나 고래 동향 등을 탐지하기 위해 1천㎞ 밖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강력 음파 탐지기를 괌 인근 2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음파 탐지기가 설치된 곳은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海淵)과 미크로네시아연방공화국의 얍(Yap) 섬 인근이다. 챌린저 해연은 수심 1만916m로 전 세계 바다 중 수심이 가장 깊다.
챌린저 해연은 괌에서 남서쪽으로 300㎞, 얌 섬은 500㎞ 떨어져 있으며, 두 곳 모두 괌과 팔라우공화국 사이에 자리한다.
이 음파 탐지기는 겉으로는 과학적인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괌 미군기지에 있는 잠수함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괌에는 서태평양 최대의 미군기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태평양 함대 소속 잠수함의 보급 및 정비 기지 역할을 한다. 괌 기지에는 USS 오클라호마, 시카고, 키웨스트, 토피카 등으로 이뤄진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편대가 있다.
중국이 설치한 음파 탐지기는 이들 미군 잠수함이 남중국해로 나아가는 해로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음파 탐지기는 잠수함이 움직이는 소리나, 잠수함과 사령부 사이의 통신 내용을 감청한 후 이를 해저 케이블을 통해 해수면의 작은 부표로 보낸다. 이 부표에는 위성과 통신하는 장치가 있어 감청 내용을 중국군 기지로 보낼 수 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선임 부소장은 "모든 강대국은 해저에 대잠수함 작전을 위한 음파 탐지기를 설치해 놓았다"며 "중국이 이를 운용한다는 것은 이제 중국이 강대국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러시아 주변에 집중적으로 음파 탐지기를 설치해 놓았다.
중국이 이러한 음파 탐지기를 개발해 설치한 것은 군사기술에 있어 대단한 돌파구를 연 것으로 여겨진다.
수심 1만m 해저에 설치된 음파 탐지기는 아프리카코끼리의 무게에 해당하는 6t의 압력을 받기 때문에 강력한 내구성을 요구한다. 수심이 깊을수록 조용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음파 탐지기는 수심 1만2천m에서도 운용되도록 설계된다.
중국이 설치한 탐지기는 더욱 정확한 잠수함 정탐을 위해 음파는 물론 해류의 흐름, 온도, 염도 등도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밀 보호를 위해 이 탐지기는 중국의 수출 금지 품목에 올라있다.
전략적 측면에서 중국이 이러한 음파 탐지기를 괌 미군기지 인근에 설치한 것은 미국의 봉쇄선을 뚫고 태평양에 진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읽힌다.
미국은 냉전 시대 이래 중국의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과 대만, 필리핀에 걸쳐 '제1 열도선'으로 불리는 중국 봉쇄선을, 일본 동부 해상과 괌, 남태평양 섬들에 걸쳐 '제2 열도선'을 설정해 놓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중국 과학자는 "서태평양에 설치한 음파 탐지기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열도선을 뚫고 중국 해군이 태평양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도 정찰기 등으로 중국의 음파 탐지기 운용은 물론 남중국해의 중국군 잠수함 동향 등을 면밀하게 감시해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해군은 최신예 고고도 무인 정찰기 MQ-4C '트라이턴'을 남중국해 등 태평양 해역에 배치해 중국 해군 함정과 잠수함의 동향을 전천후로 감시할 계획이다.
또한,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주변 12해리(22㎞) 안으로 미 해군 군함을 보내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서도 정찰기를 동원해 중국군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중국 남부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둘러싸인 남중국해는 어업권과 자원 영유권 등을 놓고 인접국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해역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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