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홀 미팅…박원순 "미세먼지, 공포이자 생존 문제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온라인 카페에서 많은 엄마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어디로 가야 하느냐, 어느 백화점과 마트에 공기청정기가 마련돼 있느냐며 아우성입니다. 어떤 엄마는 공기가 좋다는 인천공항까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등 부모들이 떠돌고 있어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 영·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 50여 명이 모였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하고자 서울시가 마련한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 자리다.
타운홀 미팅이란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책과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일종의 참여 민주주의형 원탁회의다.
최근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영하 16도까지 떨어진 한파에도 패딩과 목도리로 '꽁꽁' 싸맨 어머니들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자리에 앉았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며 미세먼지 때문에 겪은 어려움을 생생하게 토로했다.
양천구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고지현 씨는 "아이가 방학인데 어디 놀러 갈 곳이 없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가고 즐겁게 보내려고 계획을 다 세워났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취소했다"며 "아이와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하고 불편한 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고씨는 "엄마들은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 못 살겠다며 이민 가야겠다고까지 이야기한다"며 "호주나 미국에서 살다 온 친구는 우리나라 공기가 몇 년 사이에 너무 안좋아졌다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노원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장기적으로는 경유차를 교체하는 것이 맞을 텐데, 교체 비용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마스크 구매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 역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참가자들은 "어린이집 실내 공기 정보를 잘 전달해달라", "민간 어린이집도 서울형이나 국공립 어린이집처럼 미세먼지 행동교육 등을 하게 해 달라",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미세먼지 대응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회원은 서울시가 아이들이 언제든지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공형 실내놀이터'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양천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이지현 씨는 "최근 교육부는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부모로서 매우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면서도 "현실은 (미세먼지 때문에) 우리 아이는 바깥놀이는커녕 일주일 내내 유치원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놀이 공간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미세먼지가 '나쁨'이라고 해도 아이는 나가고 싶어 한다. 뛰어놀면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 서울 곳곳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아이를 편하게 맡기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공형 실내놀이터가 생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제 차량 2부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에너지자립마을넷' 회원들은 자율형 차량 2부제 참여를 호소했다.
에너지자립마을넷 활동가 차은주 씨는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는) 첫걸음이었다. 이를 응원하고 동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TV 일기예보에서 다음 날 마스크를 준비하라기보다는 홀수 차량이 운행하는 날이라고 2부제에 동참하는 방송을 해줬으면 한다. (서울시가) 강력한 차량 2부제를 추진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미처 마이크를 잡지 못한 학부모를 위해 자리마다 종이를 나눠주고 저마다 생각하는 미세먼지 문제 대책을 써내도록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모에게 미세먼지는 공포이자 생존의 문제가 돼 가고 있다"며 "여러분의 말씀 가운데 정책에 반영할 것은 하고, 결단이 필요한 일은 (해야 한다면) 하겠다. 시민의 생명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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