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곽노현 전 교육감 등 토론회서 피해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대선 후보를 도와달라는 제안을 거부했을 때,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썼을 때만 해도 사찰 대상이 될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니 섬뜩하더라"(명진 스님)
시민단체 '국민사찰 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내놔라시민행동) 등 주관으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국정원의 불법 사찰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사찰 피해자들은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무관한 대국민 불법 사찰 기록을 피해자에게 공개하고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로 나선 방송인 김미화 씨는 "2009년부터 나에 대한 서류가 있다고 하더라. 좌 편향 프로그램 진행자를 퇴출하라는 압박도 있었고 사회생활에서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을 주는 등 전방위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인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꾸준히 사회 비판 활동을 해온 탓에 사찰 대상이 됐다"며 "교육감 후보가 된 2010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국정원 서버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문건이 약 800여 건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은 "2011년 출판기념회를 했는데 보수단체 회원 70여 명이 찾아와서 '빨갱이', '좌파'라며 항의 시위를 했다. 돌이켜보면 국정원과 결탁한 단체가 동원돼 온 게 아닐까 싶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국내 사찰 담당 부서가 폐지됐지만, 변화의 갈 길은 멀다고 주장했다.
앞서 내놔라시민행동은 작년 11월과 12월 국정원에 불법 사찰 기록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으나 국정원은 안보 관련 업무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내놔라시민행동 법률팀장 김남주 변호사는 "국정원은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사찰·공작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를 백서로 남겨 책임자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정원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인 최영삼 변호사는 "정보 공개와 관련해 모호한 부분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세부적 검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신중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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