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발표에 거래소·투자자 "긍정적"

입력 2018-01-23 15:12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발표에 거래소·투자자 "긍정적"
거래소 "극단조치 하지 않아 다행…업계에 기회, 정부방침 협조"
투자자도 환영…신규 자금 유입으로 거래 활성화 기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경윤 기자 =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와 투자자들은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시행한다는 금융당국의 발표에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로 나아가지 않고 기존에 업계가 준비해오던 자율규제안이 반영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신규 투자 허용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한달이 늦어지긴 했으나 원래 금융권과 이야기했던 방향으로 가게 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23일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협의체인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2월 은행권과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자율규제안은 본인 확인이 된 1개 계좌로 입·출금 통제, 거래소 설립 요건,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신규거래도 허용해서 다행"이라며 "신규가 안되면 기존 회원 아이디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방침에 협조하고 자율규제안도 시행해 정부가 요구한 바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3대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며 "금융위의 발표에 따라 은행 등과 협의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도입을 포함해 더욱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극단적으로 가는 분위기였다가 신규거래를 허용하고 업계가 준비해온 것을 인정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코인원 측은 "정부가 업계에 기회를 준 만큼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탄탄하게 준비하겠다"며 "자잘한 사고 없이 금융사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 폐쇄조치가 없고, 신규 투자자 유입을 허용한 것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최근 하락장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아 신규 투자자 유입으로 거래가 활성화돼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기를 내심 기대했다.
가상화폐 인터넷 카페에서 아이디 'suna*******'로 활동 중인 한 투자자는 "개미로서는 호재로 보인다"며 "적어도 정상 영업을 하는 거래소는 폐쇄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ggol****'인 투자자는 "암흑이 걷히는 것 같다. 투명하게 실천되길 바란다"며 "시세조작세력들도 이제는 마음대로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대기업 회사원 문모(44)씨는 "최근 가상계좌가 막혀 새로 투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가상화폐 시세가 약세 또는 보합세였다"며 "이제 30일부터 실명제와 함께 은행계좌를 통한 신규 투자가 가능해지면 막혔던 자금이 들어오면서 일단 코인(가상화폐)가격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가상화폐 자금 출처 조사나 이익에 대한 과세 등 여러 규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어서 30일 이후 당분간은 큰 영향 없이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만약 고율 과세 등이 확정돼도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거래소 밖에서 현금으로 정산하는 등의 편법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리플에 투자 중인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비트코인이 새로운 화폐든 아니든지 지금 투기판 같이 흘러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정부가 어떤 방향이든지 관련 정책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제도화) 시동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과열됐던 시장이 그간 정부의 경고성 발언으로 가라앉으면서 신규 투자자가 많이 유입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식에 투자 중인 직장인 차모(32)씨는 "4년 정도 주식 투자하면서 등락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비트코인 장세를 보면 겁날 정도"라며 "비트코인을 잘 알지도 못하고 지금 상황에 들어가는 건 투자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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