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 측근들에 이어 가족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며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점점 옥죄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도 법률팀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핵심 측근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에 대비해 법률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법률팀은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강훈 전 법무비서관과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 정동기 전 민정수석 등 과거 함께 일한 청와대 관계자들 중심으로 짜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 등에 대한 법률 사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처럼 검찰 수사에 대비해 내부 준비를 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침묵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보복' 성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분노' 발언과 관련해 측근들에게 일절 대응하지 말 것을 지시한 이후 계속 무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원세훈 국가정보원'이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에 대해 불법사찰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어떤 해명이나 입장도 내지 않았다.
한 측근은 통화에서 "나는 그 사안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만 밝힌 뒤 "현재로선 대응 기조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전날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에서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은 쾌거를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에 대한 격려와 덕담의 메시지도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은 "아름다운 청년 정현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정신력으로나 기술적으로 압도하는 그의 경기를 보며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현 선수의 쾌거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큰 용기와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테니스광'으로 불릴 만큼 운동을 즐겨온 점만을 고려하면 그의 페이스북 글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때 핵심 측근이었다가 지금은 돌아선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옛 측근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고 있고, 특히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마저 전날 압수수색을 당한 상황이라 페이스북 글에 모종의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는 대신 대통령 재임 시절 평창올림픽 유치라는 '업적'을 이뤘음을 상기시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한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7일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성명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말미에 "국민 모두가 총 단합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우리의 국격을 다시 한 번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평창올림픽을 언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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