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 없어…깊은 우려·유감"
추가조사위 발표 보도에 대응…관여 대법관 상당수 퇴임…'부적절'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대법관들이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블랙리스트·사법행정권 남용' 조사결과와 관련해 "청와대가 대법원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영한 대법관 등 대법관 13명 전원은 23일 긴급 간담회를 한 뒤 "추가조사위의 조사결과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대법원이 외부기관의 요구대로 특정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원심판결을 파기함으로써 외부기관이 대법원의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법원이 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대법원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소부의 합의를 거친 결과 증거법칙을 비롯한 법령 위반의 문제가 지적됐고, 이 사건이 갖는 사회·정치적 중요성까지 아울러 고려한 다음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해 전원합의체의 심리에 따라 관여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와 대법관의 부적절한 접촉 의혹에 대해서는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 언론의 위와 같은 보도는 사실과 달라 국민들과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2015년 2월 작성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원 전 국정원장 항소심 선고와 관련해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등의 동향이 기재돼 있다.
이후 실제 원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 재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후 대법관 전원일치 판단으로 파기돼 2심으로 되돌아가면서 대법원이 청와대의 압력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법관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또 당시 상고심 재판에 관여했던 상당수 대법관이 이미 퇴임한 상태여서 대법관들의 이번 입장 표명은 '원칙론'일 수 있으나 적절해 보이지 않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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