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한, 평창올림픽 전날 꼭 열병식 해야 하나

입력 2018-01-23 18:42   수정 2018-01-24 09:01

[연합시론] 북한, 평창올림픽 전날 꼭 열병식 해야 하나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바로 전날 대규모 군 열병식을 할 것이라고 한다.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북한군 동향은 이달 초부터 우리 측 정보자산에 포착됐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23일 2월 8일을 '2·8절(건군절)'로 공식 지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실무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기정사실이 됐다. 열병식 준비에 동원되는 병력은 현재 1만3천여 명, 장비는 200여 대 등으로 몇 주 전부터 계속 늘어났다고 한다. 건군절 열병식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반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벌이는 것이라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남북이 모처럼 합심해 어렵게 조성한 평화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북한은 1948년 2월 8일 인민군을 창건해 이날을 건군절로 정했었다. 그러다 1978년부터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에 맞춰 건군절을 기념해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인민군 창건일 쪽에 무게를 둬, 2015년부터 2월 8일을 별도로 기념해왔다. 어찌 보면 건군절을 원래대로 환원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키신 일흔 돌이 되는 올해"라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볼 때 2월 8일의 열병식은 오래전부터 준비돼온 것일 수 있다. 캐나다의 대북교류단체인 '백두문화교류사'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인민군 창설 70년 및 밀리터리 투어'라는 이름으로 2월 5일부터 4박 5일의 관광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5,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성대한 행사를 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올해 건군절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바꾸고, 70주년이라며 열병식을 크게 준비하는 것을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 설사 그렇다 해도 열병식을 준비하면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우리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와 남북관계 복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등을 위한 시설 점검을 위해 우리 측 선발대가 이날 방북한 것도 올림픽 경기 자체보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높이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 북한의 평창 참가가 확정되기 이전에도 미국 측과 협의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최근에는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려던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이런 노력을 북한이라고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열병식을 강행하고, 제재와 압박의 초점이 돼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무력시위 인상을 준다면 평창올림픽은 시작도 하기 전에 찬물을 뒤집어쓴 꼴이 될 것이다. 남북의 화합과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부각하기는커녕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남북대화 분위기를 적극 살려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향해서도 "남과 북이 함께 역지사지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건군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꼭 해야 한다면 그 규모를 줄이고 내용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하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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