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 '한남더힐'이 기준" vs "주상복합 등 인근 5개 단지와 비교"
HUG, 역대 최고 분양가에 두 달째 심사 미뤄…하루 이자비용만 1억8천만원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서울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서는 고급 아파트 '나인원 한남' 분양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시행사인 대신F&I가 분양보증을 신청한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이 부담스러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며 분양승인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HUG가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며 비교대상으로 한남동 인근 아파트 5곳을 제시한 가운데 주택 유형과 평형, 단지 규모 등 특성이 제각각인 이들 아파트가 비교 대상으로 적절한지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F&I는 작년 9월부터 3개월간 HUG와 실무협의를 거쳐 작년 12월 초 3.3㎡당 평균 분양가를 6천360만원가량(펜트하우스 포함, 제외 시 3.3㎡3당 5천700만원)으로 책정해 분양보증 신청을 했다.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인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에 맞춰 건너편 '한남더힐'의 평균 시세(74평형 이상 기준)인 6천350만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다.
대신F&I가 책정한 분양가 6천360만원은 나인원 한남에 없는 한남더힐의 작은 평형들(26평형, 65평형)까지 포함한 평균 매매가(5천910만원)와 비교하더라도 107.6% 수준으로 11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인원 한남이 분양되는 용산구에서는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또는 분양이 진행 중인 아파트가 없기 때문에 준공 아파트이면서 입지, 세대수, 브랜드 등이 비슷한 한남더힐을 비교 대상 아파트로 삼았다는 게 대신F&I측 입장이다.
그러나 HUG는 이달 초 대신F&I에 "기존 최고 분양가인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3.3㎡당 4천75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통상 분양승인 신청 후 사흘 정도면 승인을 해왔으나, 나인원 한남은 50여일 만인 지난주 후반에서야 처음 현장에 실사단이 나오는 등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업계에서는 HUG가 성수동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나인원 한남의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게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토지 매입 비용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데다, HUG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비교기준으로 명시해둔 만큼 성수동이 '인근'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 땅은 국토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예정가(6천131억원)보다 약간 높은 6천242억원에 매입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HUG는 "나인원 한남은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아니라 용산구에 있는 인근 유사 단지를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다"면서 "대신F&I 주장대로 한남더힐만을 비교 단지로 볼 수 없으며, 한남더힐뿐만 아니라 용산구의 몇 개 단지들을 기준으로 삼아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HUG가 비교 기준으로 고려 중인 인근 단지는 한남더힐, 한남힐스테이트 아파트와 주상복합인 리첸시아, 한남동하이페리온1차, 용산한남아이파크까지 총 5곳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고급 아파트인 나인원 한남을 다른 일반 아파트의 매매 시세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HUG가 전 세대 전용면적 206.72㎡(62.5평형) 이상인 고급주택단지로 구성된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10평형, 20평형이 주력 평형인 공동주택을 비교 대상에 '마구잡이식'으로 포함했다는 지적이다.
리첸시아, 한남힐스테이트, 용산 한남아이파크, 한남동 하이페리온1차는 반경 1㎞ 이내에 위치해 있지만 평당 매매가는 한남더힐의 절반 수준이다. 성격이 다른 주상복합, 도시형 생활주택이 포함된 것도 논란 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한남더힐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밖에 거래가 안되는 단지를 가치가 유사한 단지로 포함해 비교 대상 가격을 억지로 낮추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전 세대가 고급주택으로 구성된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 비교 대상은 전용 182㎡를 초과하는 고급주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대해서는 인근 20여개 아파트 중 최상위로 분류되는 '갤러리아 포레'(4천710만원·매매가), '트리마제'(3천857만원·분양가) 2곳을 기준 삼아 110%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최고 분양가(3.3㎡당 4천750만원)로 분양보증을 발급해주고, 이번에는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강남 집값'을 잡으려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HUG가 '역대 최고 분양가'를 승인하기 부담스러워서, 심사 기준을 충족하는 데도 나인원 한남의 분양보증 승인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보증 심사가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대신F&I는 금융 비용(대출 이자)으로 매일 1억8천만원씩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연말 안에 분양을 계획했던 대신F&I는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자 평균 분양가를 지금보다 더 낮추겠다는 입장으로, 최근 HUG에 '마지노선'으로 3.3㎡당 6천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업체에 땅은 비싸게 팔아놓고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라고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HUG가 공식적인 분양보증 처리 기준에 따라 분양승인 여부를 빨리 결정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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