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파, EU·유로화 입장 둘러싸고 파열음

입력 2018-01-2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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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우파, EU·유로화 입장 둘러싸고 파열음
베를루스코니 "GDP 3% 이내 재정적자 준수" vs 살비니 "유로화, 잘못된 실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3월4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탈리아 우파 연합의 두 주축 정당의 대표가 유럽연합(EU)과 유로화를 둘러싸고 파열음을 노출해 귀추가 주목된다.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당을 이끌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23일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로화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탈리아의 일자리와 성장을 해치는 잘못된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약 이탈리아 기업과 가정에 해가 된다면 재정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의 3%로 설정한 EU의 규정은 (우리에겐)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우파 연합의 주축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2일 유럽 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관계자들을 만나 "우파 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수준 이내로 준수하는 EU의 규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EU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것임을 약속했다.
과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비판적이던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EU에 회의적인 포퓰리즘 성향의 오성운동의 열풍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지지율 27% 안팎을 넘나들며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성운동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오랜 입장에서 선회하긴 했으나 여전히 EU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당으로 인식되는 터라, EU로서는 오성운동의 집권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총선 파트너인 살비니 대표가 EU에 한 자신의 약속을 보란 듯이 하루 만에 반박하며 머쓱한 처지가 됐다.
살비니 대표의 이날 발언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몰락을 예견하는 책을 쓴 경제학자 알베르토 바냐이가 이번 총선에서 동맹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나온 것은 더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읽힌다.
FI와 동맹당, 또 다른 극우성향의 정당 이탈리아형제당(FDI)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은 현재 합계 지지율 37∼39%를 보이고 있어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심 정책으로 간주되는 EU에 대한 시각에서 워낙 큰 간극을 보임에 따라 우파 정당끼리의 연대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우파 연합이 정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하한선으로 여겨지는 40% 득표에 미달하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살비니 대표와의 연대를 철회하고,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PD)과 손을 잡는 대연정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까지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렌치 전 총리 모두 이 같은 가설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한편, 집권 민주당은 렌치 전 총리에 반기를 든 인사들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등 중도 좌파의 분열로 말미암아 현재 지지율이 25%를 밑돌아 총선 참패가 점점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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