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메일 인터뷰서 "태권도와 5살 때 인연…평창 가면 먹거리 도전"
리우올림픽 개회식서 상의 탈의해 주목…스키 입문 1년 만에 평창 티켓 획득
훈련하느라 돈 다 쓰고 빚까지…웹사이트 통해 평창 경비 모금 한창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고 몸에 기름칠을 한 채 기수로 등장한 통가의 태권도 선수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35)는 단번에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개회식을 훔쳤다'는 찬사를 받았던 타우파토푸아는 1회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대신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타우파토푸아는 2016년 말 스키 선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1년 만에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많은 이들은 타우파토푸아의 도전을 그저 말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타우파토푸아는 20일 아이슬란드 이사피에르뒤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FIS컵 크로스컨트리 남자 10㎞ 프리 경기에서 6위로 골인,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요건을 충족했다.
더운 나라인 통가는 눈을 구경할 수 없는 곳이다. 동계올림픽 첫 출전도 2014년 소치에서야 이뤄졌다.
올림픽 출전권을 얻으려면 현실적으로 많은 돈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스포츠 인프라가 전무한 나라 출신이면 해외에서 머물러야 해 더욱 지출이 늘어난다.
타우파토푸아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월 독일에서 토마스 야콥 코치로부터 본격적으로 스키 수업을 받기 시작한 그는 코치 수업료와 대회 출전비에 적지 않은 돈을 썼다.
자신이 모아 둔 돈은 다 썼고, 여기에 3만 달러(약 3천200만원)의 빚까지 졌다.
그래도 타우파토푸아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라고 말한다.
타우파토푸아는 24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정하는 순간, 너무 기뻤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했고, 여러 번 실패했다. 평창에 가게 됐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인간개조' 수준으로 변신했다.
체중을 10㎏ 이상 감량했고,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필요한 근육을 새로 단련했다.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는 순위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타우파토푸아는 지난해 2월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FIS 노르딕 세계선수권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1.6㎞ 예선에서는 5분44초72로 예선 탈락했다.
1위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나 시간이 걸렸다. 순위는 156명 가운데 153위였다.
타우파토푸아는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사실 한 번도 스키를 타보지 않았었다. 2017년 1월에 스키를 처음으로 신었다. 처음에는 10살 꼬마들과 함께 스키를 배웠다"고 떠올렸다.
동계 종목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는 보통 노르딕 스키나 봅슬레이를 통해 올림픽 문을 두드린다.
알파인 스키나 빙상, 썰매 종목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반면, 크로스컨트리와 봅슬레이는 타고난 신체 능력을 통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종목이다.
봅슬레이는 최소 2인이 필요하고, 썰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타우파토푸아는 자연스럽게 크로스컨트리를 선택했다.
그는 "이왕 동계올림픽에 도전할 것이면 어려운 걸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태평양에서 코코넛을 마시던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눈밭을 헤치고 다닌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타우파토푸아는 한국과 태권도로 이어져 있다.
그는 "태권도는 항상 내 마음속에 있다. 내가 태권도를 접한 건 5살 때였다. 그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30년이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에 정말 가보고 싶었다. 마침 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특히 타우파토푸아는 태권도의 기술을 스키에 접목한 덕분에 1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고 소개했다.
"스키를 앞으로 내디디는 동작이 마치 태권도의 발차기와 비슷하고, 스키 스틱을 내미는 건 정권 지르기를 떠올리면 된다"는 식이다.
타우파토푸아는 "평창에 간다면 사진으로만 봤던 여러 먹거리에 도전해보고 싶다. 나는 모든 것에 도전을 즐긴다"고 했다.
그러나 타우파토푸아의 평창 오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출전권은 획득했지만, 그는 금전적으로 곤경을 겪고 있다고 솔직하고 밝혔다.
타우파토푸아는 "처음에는 5만 유로(약 6천600만원) 정도면 올림픽 출전까지 경비를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항공권, 장비, 숙박비 등으로 예산을 초과했다. 평창에 가기 위해 전 세계인들에게 모금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웹사이트(https://www.gofundme.com/help-tonga-to-the-winter-olympics)를 통해 모금에 한창이다.
목표액은 3만 달러(약 3천200만원)이며 24일 현재 1만6천600달러를 모았다.
그는 "올림픽 출전은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모금액의 20%는 통가 왕국 스키협회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많은 이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렸다. 그러나 타우파토푸아는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달성까지 한 계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꿈을 향해 모든 걸 바쳐 도전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목표다. 내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었다. 올림픽에서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나만의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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