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평창올림픽 기념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신통력을 지닌 기백 있는 영물(靈物)이자 귀신을 물리치는 용맹한 동물인 호랑이는 동아시아 미술에서 어떻게 표현됐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과 함께 한국, 일본, 중국의 호랑이 미술 작품 105건, 145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 한국·일본·중국'을 26일부터 3월 1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의 주인공인 호랑이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여는 호랑이 전시이자 한일중 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세 번째 특별전이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4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동아시아에서 호랑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미술품에 많이 등장했다"며 "세 나라의 문화적 공통점을 발견하고 차이점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경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호랑이를 수호신이자 군자(君子)로 여기는 생각은 중국에서 전국시대와 한대 이후 시작돼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됐다"며 "한국에서는 호랑이를 신성시하거나 친구처럼 인식했는데, 친근감 때문에 해학적이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호랑이 민화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사는 이어 "중국 미술에서 호랑이는 군자와 덕치를 상징해 지배층의 위세품과 무기의 모티프로 활용됐다"며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았던 일본에서는 불교나 도교의 도상에 용과 호랑이를 결합한 그림이 유행했다"고 덧붙였다.
전시에는 진귀한 작품이 대거 나왔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와 '죽하맹호도'(竹下猛虎圖), 작자 미상의 18세기 '맹호도'(猛虎圖) 등 조선 후기의 중요한 맹호도 3점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또 현존하는 조선시대 호랑이 그림 중 가장 큰 작품도 비슷한 크기의 용 그림과 함께 공개된다. 이 그림은 한 변의 길이가 약 2.2m로, 조선시대 관청의 문이나 대청에 붙인 세화(歲畵·새해를 축하하는 그림)로 추정된다.
박 연구사는 "맹호도를 보면 가는 붓으로 털을 한 올 한 올 그려 생동감과 기세가 느껴진다"며 "호랑이가 산에서 나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선비의 출세를 은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 작품으로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소가 조쿠안(曾我直庵)과 18세기 화가인 가노 미치노부(狩野典信)의 '용호도'(龍虎圖) 병풍, 마루야마 오쿄(圓山應擧)가 그린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호랑이 그림 등이 출품됐다.
제니야 마사미(錢谷眞美) 도쿄국립박물관장은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어 상상하거나 한국, 중국의 호랑이 회화를 참고해 그림을 그렸다"며 "기본적으로 일본의 호랑이 그림은 귀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작품은 3천 년 전에 제작된 호랑이 장식 꺾창, 청나라 관료 옹동화가 쓴 웅장한 필치의 글씨, 자기로 만든 호랑이 모양 베개를 볼 수 있다. 베개에는 '대낮에는 경전을 싣고 오며, 밤 내내 호랑이 허리를 베고 자네. 그 꼬리를 밟을 자 없고 누가 감히 그 수염을 건드리겠는가"라는 시구가 적혀 있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된다. 1∼3부는 '한민족의 신화', '무용(武勇)과 불법(佛法)의 수호자', '벽사의 신수(神獸)'라는 개념으로 한국, 일본, 중국의 호랑이 미술을 소개한다. 4부는 동아시아 3국의 호랑이 미술 중 걸작들로 꾸며졌고, 마지막 5부에서는 근현대 호랑이 미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박종우 감독이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만든 6분 50초 분량의 다큐멘터리 '호랑이, 우리 안의 신화'가 상영된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25일 '제10회 한일중 국립박물관장 회의'를 열어 국립박물관 간 협력·교류 방안을 논의한다.
관람료는 성인 3천원, 학생 2천500원, 유아·어르신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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