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저술가의 고양이 가축화 추적기 '거실의 사자' 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고양이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서점가에 고양이 책이 넘쳐난다. 책들은 소설, 동화, 에세이, 실용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고양이의 매력을 극찬하며 털 날리는 동거담을 자랑한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애비게일 터커가 쓴 '거실의 사자'(마티 펴냄)는 고양이를 냉철한 시각으로 파헤쳤다는 점에서 여느 책과는 다르다. 그 또한 2003년 취재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고양이 치토스를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집사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고양이 덕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저자는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고양이를 다시 보게 됐다. "내 자식들의 무자비한 요구들을 마주하고 보니, 나와 종이 다른 짐승의 입맛을 맞춰주고 배변 뒤치다꺼리를 하는 데 헌신하는 행위가 좀 우스울 뿐만 아니라 약간 정신 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고 교활한 짐승들은 도대체 어떻게 내게 이토록 단단히 매달리게 된 걸까."
책은 고양이가 대체 어떠한 동물인지, 언제부터 인간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인지, 어떻게 사자를 밀어내고 새로운 '짐승의 왕'이 됐는지를 살핀다. 현재 미국 가정만 해도 개보다 고양이가 1천200만 마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이는 고기만을 먹는 고도 육식동물인 고양잇과에 속한다. 원래 인간과 고양잇과는 고기와 공간을 놓고 경쟁하던 사이였다.
인간의 세력 범위가 넓어지고 대다수 고양잇과 동물이 위축되는 사이, 유일하게 세력을 넓힌 동물이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애완동물로서 인기가 없는 지역 중에 야생 고양잇과 동물이 여전히 득세하는 지역인 인도가 포함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거래의 세계는 냉정하다. 인간은 동물의 육체 일부나 부산물, 노동력이 가능한 대상에게만 가축화를 허한다. 개만 해도 짖어서 위험을 경고하고, 물자를 실어 날랐고, 사냥에 일조했다. 그 대가로 먹을 것과 안락한 보금자리를 얻었다.
쥐 잡기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과 어울리게 됐을까.
저자는 고양이가 인간의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점을 주목한다. 오스트리아 생태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기 해발인'이라고 부른 것들, 동그란 얼굴과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등 아이를 연상하게 하는 외모적 특징이 있다는 설명이다.
평균 3.6kg인 고양이의 몸집은 갓난아이 체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육식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양안시(兩眼視)도 고양이 얼굴을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외모와는 달리 고양이는 엄청난 번식력과 유연성을 자랑하는 사냥꾼이다. 책은 고양이가 하와이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섬에서 다른 종의 씨를 말려 죽이는 현실을 보여준다. 집사 몰래 바깥사냥을 일삼는 집고양이도 예외는 아니다. 학자들이 이들을 '원조받는 포식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저자가 자연사 연구기관, 국립야생보호구역, 국립보건원, 길고양이보호협회 등을 누비면서 열심히 발품을 판 흔적이 느껴지는 책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역자는 "다른 생명체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간에게 그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다희 옮김. 384쪽.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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